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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선택한 길을 자신 있게 걸어가

그날의 결정이 지금의 나를 따뜻하게 만든다

by 지훈쌤TV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처음으로 1년을 온전히 함께한 학급은 남학생 1명, 여학생 3명의 작은 반이었습니다.

비록 소규모였지만, 저는 누구보다 진심으로 이 아이들과 따뜻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두 달쯤 지나 남학생이 전학을 가게 되었고, 세 명의 여학생만 남게 되었습니다.


빈자리가 느껴질 때마다 ‘내가 그 자리를 채우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수업을 이어나갔습니다.


1학기가 끝나갈 무렵, 한 학생이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가족의 이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전학을 가야 하는데, 지금의 친구들과 함께 이 학교에서 졸업하고 싶다는 말이었습니다.


조심스럽지만 단단한 그 바람 앞에서, 저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아이의 마음이 참 예뻐서 더 마음이 쓰였고, 동시에 현실적인 고민도 밀려들었습니다.


이 아이가 떠난 뒤, 남은 두 명과 어떻게 수업을 이어가야 할지, 너무 작아진 학급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막막함이 밀려왔습니다.


학생의 어머니와 통화하며 상황을 전하고 나누던 중, 문득 한 가지 엉뚱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내가 출근길에 이 아이를 데려오고, 퇴근길에 데려다주면 어떨까?’


의외로 부모님도 가능하다면 너무 감사하겠다고 하셨고,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의 허락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특별한 2학기.

매일 30분 일찍 일어나고, 더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했지만, 함께한 등하교의 시간들은 지금도 제 기억 속에 반짝이고 있습니다.


졸업식 날, 그 학생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여기서 졸업할 수 있었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제가 했던 수많은 고민들이 하나의 따뜻한 문장으로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를 떠올리면, 10년 전의 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괜찮아. 너무 고민하지 마. 누구도 걷지 않았던 길이라 해도, 너의 진심이 담긴 선택이라면 충분히 의미 있어. 너만의 속도로, 너만의 길을 걸어도 괜찮아.”


그 길이 조금 돌아가더라도, 느리더라도, 그 안에 당신만의 이유가 담겨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누군가에겐 무모하게 보였을지 몰라도 그때 내가 걸었던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순간들은 지금도 나를 지탱해 주는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혹시 지금, 어떤 선택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이 이야기가 잠깐의 숨 고르기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뭐라 하든, 그 길을 선택한 당신의 마음은 분명 소중하고 단단하니까요.

그러니 오늘도, 스스로 믿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한 걸음 내디뎌보세요.

당신의 걸음은, 생각보다 멀리, 따뜻한 곳으로 이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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