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를 돌리다가 빨래망이 찢어졌다. 빨래망 안에 들어있던 빨랫감들은 건조가 끝나도 축축했다. 빨래망을 찢고 나온 것들만 따뜻하게 말라있었다. 건조기를 쓸 때는 빨래망을 쓰면 안 되는구나... 실수로 깨닫는다. 한국에 돌아가서 건조기를 돌릴 일이 있다면, 빨래망을 쓰지 말아야겠어. 호주에서 한국을 기약한다.
실수로 알게 되는 것들이 많다. 잘못 든 길이 지름길이기도 하다. 무조건 나쁜 건 없다.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해줬을 텐데 왜 그때는 몰랐을까? 나는 꼭 몸으로 겪어야만 깨닫는다. 남들이 하지 말라고 말리던 것을 하다가 울고, 후회했다. 그래도 울면서 배운 것을 마음에 꼭 안고서 살아간다. 그러면 됐지.
내가 호주에서 보낼 시간은 이제 네 달 하고도 한 주 남았다. 나는 또 어떤 걸 배울까? 어떤 실수를 하게 될까? 혼자 보내는 시간의 즐거움을 깨닫고 있다. 내가 쉽게 우울해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쉽게 우는 만큼 잘 그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지나가는 우울에 매달리지 않는다. 또 찾아왔네, 하고 생각한다. 다시 괜찮아지면 이것 봐, 하고 예상한 나를 칭찬해준다.
화요일은 수업이 가장 많은 날이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나는 내 뒷통수를 오른손으로 쓰다듬어준다. 잘했어, 잘했어. 이번 주도 잘 버텼어. 위로받는 것보다 위로하는 게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