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미정 Oct 29. 2024

복숭아 이분법

당신의 발목에서 나무가 자란다   

  

통증을 먹고 자라나는 여름

시고 떫던 우리는 당신이 상하기 전에 순해진다

     

가느다란 솜털을 세우고

우리를 지탱하는 당신의 발목은 얇아진다  

   

우리의 숟가락이 익은 당신을 푹푹 퍼 간다   

  

터진 물집에 어쩔 수 없이 끈적거렸던 안녕

     

당신은 무너지거나 아름답고

또는 망가지거나 완벽한   

  

당신에게 세 들어 사는 가족들이 과즙을 받아 먹는다 

    

불 꺼진 거실에서 가끔 우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고 바라보면 짓물러 있던 복숭아  

   

당신 심장은 왼쪽부터 짓무른다

시간에도 주인이 있다면 무르지 않는 과일을 주세요  

   

으깨진 과육은 

무르는 속도를 이해하지 못해 망가지는 속도를 잰다

     

가지에서 익지 않은 열매를 타인이라 믿지 않기로 한다

바닥으로 떨어진 엄마를 주워 다시 우리에게 심는다  

   

엄마에게서 낯선 향기가 흘렀다                         

이전 04화 토요일의 꽈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