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라진 숲에서 봄을 보았다
초록이 꼭 봄일 리는 없다. 나만 아는 봄은 온통 하얗다. 나를 버리고 간 봄. 나를 불러세우던 몇 번의 겨울. 한 번도 꽃일 리 없다고 생각한 계절에서 나는 피어났다
심장에 봄을 꽂고 살았다
두 눈이 꽃을 붙잡지 못해 계절은 진다. 흰 눈이 물을 게워 내고 녹아 내리는 통증. 낮은 골목까지 하얗게 달아올라 나는 어디서부터 지고 있는지 진물이 흐른다. 사라지면서 지난봄을 발설하는 이 절정의 하루가 갈변 된다
멀어서 받은 적 없던 마음이
당신이 없어 피어날 때 무서웠던 나의 꽃이
계절이 계절을 밀어내고
슬픔도 아닌 고요의 색 틈새로 진다
봄을 잠시 빌려 핀 마음에 당신과 상관없는 바람이 오랫동안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