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보호색 띠지를 떼어 분류를 시작한다
자연 과학, 비과학적인 물음으로 책임을 묻고
문학, 숨 쉬지 않는 비문으로
역사,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인간사로 기록된
철학, 너를 붙잡는 왼쪽의 반전은 늘 오른쪽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오른팔을 잘라야 했다
불명예스러운 오타로 불리지 않기 위해
타협하는 쉼표를 찍지 않기 위해
가짜 대본을 절제하는 불구가 되기 위해
심장으로 들어온 비명을 외면하고 검은색으로 밑줄을 긋는다
우리의 마지막 페이지를 바라보는 너와 나의 거리는 실명
배달된 문장의 칼날은 치밀하고 은밀하다
손목을 긋고 나면 자주 당신이 그곳에 나타난다
마지막 유서를 남기지 않은 당신을 위해 조서를 쓴다
가장 무거웠던 우리 장르의 관을 묻고
가장 가벼운 조문을 뿌린다
우리 마지막 역사에 죽음의 띠지가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