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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면 좋겠습니다

by 위드웬디

아랫집에 매우 예민한 분이 삽니다.

작년 봄에 이사 온 후 층간 소음이 심하다고 관리실에 신고를 너무 자주 해서, 오히려 저희가 스트레스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쿵쿵 소리의 원인이 우리만은 아니라는 설명은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집에 아무도 없는 시간에 관리실에서 두 번이나 연락이 와서 오히려 놀란 적도 있고, 두꺼운 매트를 깔고 슬리퍼를 신은 모습을 보여 줘도 '그래도 주의하라'며 억지를 부리는 분입니다.

아침 7시에서 9시까지 소음이 가장 심하다며, 하루를 시작하며 분주한 시간에도 슬리퍼를 신고 조심조심 걷기를 지시합니다. '8시 1분 쿵쿵쿵, 2분 드르르륵, 4분 ! 쾅!'이라고 적은 메모와 함께 '부탁'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명령합니다.


관리실과 경비실로부터의 너무 잦은 연락에, 언젠가부터 저희는 관리실 전화도 받지 않고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에도 대응하지 않습니다.

저희 옆집에 꼬맹이 셋이 사는 집에서는, 언젠가부터 아이들의 목소리와 뛰노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얘네들 또 툭탁거리나 보네' 하며 슬며시 웃게 하던 '빽빽, 우와앙~' 하는 아이들 목소리를 들은 지 1년이 넘습니다.

어디까지 '배려를 부탁함'이고 어디부터 '강요하는 괴롭힘'인지 구분을 못하는 이웃으로 인해, 삭막한 아파트 풍경에 적막이 흐르는 듯합니다.




언젠가부터.

한밤중에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느 집에서 부부싸움을 크게 하는 줄 알았습니다. 간간이 음악 소리도 나고 웅얼거리는 소리가 뉴스 톤이라서, 어느 집에서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잤나 보다 했습니다.

안방과 화장실에서 가장 크게 소리가 나고, 다행히 아이들 방에서는 별로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주말과 연휴에 특히 더 심하고, 낮에도 소리가 이어졌습니다.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잤다고 하기에는 너무 오래, 꽤 자주 들렸습니다.

바닥에 귀를 대면 소리가 잘 들려서, 저희끼리는 아랫집이 범인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남편도 "이런 사람도 있다"며 영상 하나를 찾았습니다.

윗집에서 들리는 층간 소음이 심해서 우퍼 스피커를 사다가 천장에 설치했다는 영상이었습니다. 윗집에서 경찰에 신고를 해도, 경찰이 집 안으로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며 들키지 않는다는 말을 버젓이 합니다.

영상에서는 '윗집에서 사과했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아이들이 쿵쿵거리는 소리에 피해를 보았다는 느낌을 주려는 의도가 강했습니다.




아랫집이 주말이나 연휴에 다른 곳에 가면서 우퍼 스피커를 틀어놓고 간다는 게 저만의 상상이면 좋겠습니다.

수능을 열흘 남짓 앞둔 오늘, 일부러 이런 짓을 하는 악랄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들리는 웅웅 거리는 소리가

이제 멈추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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