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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승리

by 위드웬디

내가 세 들어 사는 동네에는 외제차가 많이 보인다.

독일 M사의 새까맣고 커다란 차도 흔하고, 한 번은 영국 B사의 SUV가 보여서 궁금함에 가격을 찾아보니 3억 원이 넘는 차였다.


마음이 무너져 있을 때에는 차도 많이 움직이고 사람의 왕래도 많은 시간에 밖에 나가지 않는 게 낫다.

이 차를 소유한 사람들은 나보다 10배, 100배를 벌고 있을 거라는 생각, 나보다 10배, 100배 유의미한 시간을 농밀하게 보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나를 쓸모없는 사람으로 전락시킨다.


하필 그 광고는 왜 내 눈에 들어왔는지, 나와 동갑인 그 일타강사의 콘텐츠 광고는 왜 나에게 왔는지.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온갖 시련을 견뎌낸 후, 지금 수백 억짜리 강남 건물주이면서 한 달에 수억 원을 벌고 있다는 그녀의 미소는 왜 그렇게 빛나 보이던지.

같은 해에 태어나서 1/100의 쓸모를 가지고 산다는 건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이 백해무익한 비교를 이겨내는 방법은 비참함을 몰고 오는 이 비교가 그야말로 백해무익하다는 정신 승리뿐이다.

이미 100배씩 벌어들이는 능력을 가진 사람과 물질적으로 동일선상에 서겠다는 마음 또한,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정신 승리인 거니까.


'정신 승리'라는 말을 곱씹는다. 정신 패배보다 월등히 훌륭한 개념이다.

세상 모든 것이 마음에서 나온다고 했다. 정신이 승리했다면, 세상살이에서 승리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겼다'보다 더 어려운 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겼다'이다.

수학자 허준이 교수도 "근거 있는 자신감은 너무나 힘이 약하다."라고 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더없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비교하지 않으려는 투쟁은 죽을 때까지 해야 할 거다. 조금만 상황이 안 좋아도 또다시 비교하는 마음이 올라올 거다. 비교라는 녀석은 내 정신력을 잡아먹기 위해 끈질기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을 거다.


나는 비교에 약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인정한다.

"그래, 나 열등감 투성이 비교쟁이야. 그래도 그 비교에 잡아먹히지 않을 거야."


비교해서 내가 더 낫다는 우월감으로 비교를 극복하지 않고,

그냥 내가 이렇게 생겨먹었다는 근거도 없는 자신감으로 극복한다.

이렇게 근거도 없으면서 자신감 있게 정신 승리했다고, 정신 승리한 나 자신을 기특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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