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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숙경 Nov 03. 2023

사랑 아닌 것들 모두 잊었다

와온에서


와온에서


             -박숙경


빈 배가 아니었다

네댓의 바람과
뙤약볕 몇 줌을 앉히고 기울어져 졸고 있는
지금은 뭍인 이곳

심장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칠월 햇살 손끝의 그 뜨거움을
너의 사랑이라 말하고 싶었다

고장 나버린 제어장치였다 해도
그것은 사랑
불 같은 사랑

초침의 손목을 바지런히 끌어
세월의 두께를 늘려가는 얄미운 바람이라 해도
기억 속의 바람 또한 추상의 뜨거운 몸짓이었다 해도
삼복 햇살의 따가운 키스에
맞장구를 쳐주지 않았다 해도
직무유기라 말하지 마라

들물 날물의 익숙한 후렴구에 물들어
올인 하지 마라
목숨 걸지 마라
적당한 간격
적당한 눈빛으로 말하라

굳은살의 지문이 얼룩으로 새겨진 와온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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