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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잃은 여인

당연한 듯 기다렸다.

by 정인


언제부터였을까. 여름이 오면 사돈댁에서 감자와 양파를 딸을 통해 건너 받아왔다. 김장철이 되면 김장도 해 보내주셨다. 서산에 농지가 있어 여동생이 주말농장처럼 다니며 농사를 지으셨다. 쌀도 딸이 전해주었다.


 나는 늘 고마운 마음에 낚시로 잡은 생선을 가져다 드리곤 했다. 낚시가 고되더라도, 싱싱한 것을 드시게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다.


 그렇게 해마다 계절은 돌아왔고, 7월이 지나갔다. 그런데 올해는 소식이 없었다. 이맘때면 늘 주셨는데 감자와 양파 소식이 없었다. 혹시 혼자 농사짓기가 어려우셨나, 아예 심지 않으셨나 생각했다. 나도 모르고 기다리던 마음은 점점 의문으로 변해 갔다.


 “왜 감자 안 오니?”

딸에게 물어보니,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대수롭지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딸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집에서 음식을 많이 해 먹지 않으니, 받아도 좋고, 안 받아도 그만이었던 것이다.


 얼마 뒤 딸 집에 들렀는데, 마침 쌀이 쿠팡에서 배달 와 있었다.
 “쌀 떨어졌니?” 하고 물으니, 딸이 말했다.


 “아, 시댁에서 땅을 매매했대요. 이제 나이도 있고 연로하셔서 형제들끼리 나눠 가졌대요.”


 순간 마음이 찡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동안 당연한 것처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힘들게 지은 감자, 양파, 쌀은 이제 맛보기 어려울 터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늘 앉아서 받기만 했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 뒤늦게 그 소중함 뼛속 더 깊이와 닿는다.


사돈댁에서 보내주신 마음, 그 정성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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