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나이만큼 의무
요즈음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감사의 마음이 든다.
하루의 시작은 늘 비슷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가 있다.
나는 변화를 추구한다.
똑같은 일상은 싫지만, 변함없이 이어가야 하는 의무적인 삶 또한 있다.
해마다 늘어가는 나이만큼 몸을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하루의 마무리는 산책, 곧 만 보 걷기다.
해가 지는 오후가 되면 나는 길을 나선다.
건강을 지키기 위한,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걷다 보면 습한 공기 속에서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의무적인 일은 참 고달프구나.
건강한 노후를 위해, 나 자신을 위해 걷는 일이지만 즐겁기보다는 힘겹다.
그러던 어느 날, 돌아오는 길가에서 바람이 풀내음을 코끝에 전해주었다.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였지만, 그 순간 싱그럽게 다가왔다.
세상은 참 공평하지 않은가.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듯, 잡초도 쓸모없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감성과 울림을 전해주니 말이다.
부질없는 욕심은 결국 자신을 병들게 한다고 한다.
저 들풀도 왔다가 가는 인생일진대, 저마다의 향기를 남긴다.
나 또한 그렇게, 나만의 향기를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