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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놈

남편

by 정인

철없는 도시 놈은 펜대만 굴리다,
먹고살기 위해 생전 해보지 않던 삽자루·톱자루를 손에 잡게 되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일을 골라할 처지도 아니었다.
도시에선 폼만 잡고 입으로 떠들던 일들이,
여기서는 몸으로 부딪쳐 맞서야만 했다.

하루 일을 마치고 나면 뼈마디는 쑤시고,
밤이면 낮의 피로가 신음처럼 새어 나왔다.
뒤늦게 철이 들어 그는 도시 놈에서 시골 놈이 되어갔다.

이제 도시 놈은 말한다.
“일만 할 수 있으면 좋다.”

아픔은 삶이고, 삶은 또 다른 배움이었다.
노동 속에서 인생의 가치를 깨달아가며,
몸은 힘들어도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웃으며 행복하다고 답한다.

철없던 도시 놈이 깨달음을 얻기까지
그는 남편이었다.
새로운 사업은 몸소 부딪치며
삶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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