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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뜨는봄 Apr 02. 2024

눈동자

나의 자화상

누군가 저에게 눈이 밝은 갈색이라고 했습니다


의아했습니다

제 눈은 어릴 때부터 검은색이었습니다


거울을 확인해 보니 정말 밝은 갈색이었습니다

검은색 눈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밝은 갈색이 되어있었습니다


다양한 색깔들의 교집합은 사라지고 한 가지 색만이 남아있었습니다

눈동자를 가득 채우고 있던 나머지 색깔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어린아이였을 땐 우주 비행사를 꿈으로 담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눈 속에 하늘을 담는 일조차 적습니다


신을 찾으며 내 존재의 이유와 목적을 응시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신이 보이지도 않고 내 역할도 보이지 않습니다


나의 글로 세상을 멋지게 바꿔보겠다는 비전을 품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남의 잘난 글들에 눈을 쫓아가기 급급합니다


색깔들을 다시 담아보려 애써보지만 나의 눈은 여전히 밝은 갈색입니다

검은 눈동자였던 나는 꽤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습니다




 한 번은 연인이 제 눈을 보고 밝은 갈색이라 예쁘다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의아했습니다. 제 눈동자 색은 검은색이었거든요. 집에 가서 거울로 확인을 해보니 정말 밝은 갈색이었습니다. 눈동자가 연해졌더라고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시간이 남에 따라 점차 눈동자가 연해진다고 합니다. 몰랐던 사실이었습니다. 왜인지 서글퍼졌습니다. 눈동자뿐만 아니라 꿈의 크기나 포부, 나에 대한 확신도 연해지는 것 같아서요.


 어린 시절엔 꿈이 참 컸던 것 같습니다. 우주비행사, 적인 프로그래머, 혁신적인 기업가 등 다양한 꿈을 적고 상상해 왔습니다. 서울대에 입학하고 삼성에 취직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 같았습니다. 내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태어났다고 자부했습니다. 모든 일에 신이 인도하심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글을 쓰는 공모전들에서 매번 입상을 때마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언젠 나만의 해리포터를 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포부와 확신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연해져 잘 보이지 않습니다. 눈동자 색과 함께 사라져 버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최근 들어 어린 시절의 꿈들을 잡아보려고 애쓰는 중입니다만 그때보다 그 크기가 조금씩 작아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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