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송세월 김훈 나남출판
작가 김훈의 어머니는 625 피난시절 어린 작가를 등에 포대기로 엎고 끈으로 X자 묶음을 두번 단단하게 함으로써 난리통에 작가를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남게 해주었다고 한다. 세월호 비극이 차량을 많이 싣기 위해 X래싱을 소홀히 함으로 차량들이 한쪽으로 쏠려 배가 무게중심을 잃어 가라앉게 되었으니 작가는 대형 사고예방을 위한 기본의 충실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에도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날마다 거듭되는 죽음이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 동료 목숨을 유예하는 조건으로 공장을 돌려 나의 밥을 먹고 내가 재수없으면 나의 목숨을 동료 인간의 밥으로 바쳐야 하니 이런 밥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밥이 아니라고 작가는 말한다.
거리에 다니는 자동차 뒷유리에 '아기가 타고 있어요'라는 스티커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는 아기를 보호하자는 취지로서는 아름답지만 이 아이가 스무살이 넘고 서른살이 가까와도 내새끼야는 메아리치고 자기 자식만 앞세운 부정부패와 갑질에 힘들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더러운 세상에 만정이 떨어져 결혼도 하지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고 작가는 말한다. 남의 자식을 짓밟고 내새끼를 밀어붙이는 고위층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저출산 정책에 수십조를 쏟아부어도 헛것이라는 것이다. 나도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스티커를 본 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건지 모르겠더라. 비행기를 타면 비상전 응급 상황시 행동요령에 대한 승무원의 설명이 있다. 승무원은 산소호흡기가 내려오면 본인 먼저 쓰고 자녀를 도와주라고 설명해 준다. 일리있는 설명이다. 자녀가 어른을 도와주기는 힘들테니까. 또한 '우리 아이 먼저 구해주세요'라는 스티커를 볼 때면 재난상황에서 위급한 정도를 떠나 아이 먼저 구하기는 힘들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아이로봇(I, Robot)의 로봇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