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수업 이호 웅진지식하우스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죽어가는 것들이다'라고 말했다. 법의학자인 저자 이호님은 Mortui vivos docent (죽은자가 산자를 가르친다)라는 믿음으로 죽은자의 몸을 통해 사인을 밝히는 일을 하고 있다. 죽은자는 말이 없으므로 자신의 몸을 통해 죽음의 원인을 산자에게 알리려 한다. 그래서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하고 더 나아가 사고의 원인까지 예방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책 속에 담겨있다.
저자가 좋아하는 시 두편도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날
이성복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낙타
신경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본체 손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