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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선아 Nov 16. 2023

태몽 찾으러 왔어요 3

3. 태몽 나라     



 삼신할머니는 막 떠오르는 해를 통과했어요. 그 순간 모든 빛이 사라지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았어요. 

 “초오코올리이잇 때문인가? 몸이 무겁네.”

 잠시 후 삼신할머니가 구름 땅 위로 내려섰어요.

 “콜록콜록 코오올록.”

 성운이가 구름 땅 위를 구르면서 심하게 기침을 했어요.

 “이게 뭐야? 너, 네가 여기를······ 어떻게?”

 삼신할머니는 당황스러웠어요. 

 “이런, 그렇게 얘기했는데 따라오다니. 아이고 머리야. 이를 어쩌나? 내가 인간을 데리고 오다니.”

 삼신할머니는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 오른쪽으로 갔다 했어요.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요. 삼신할머니의 한숨 한 번에 구름 땅이 연기처럼 폴폴 피어올랐지요. 

 성운이는 점점 숨이 가빠졌어요. 삼신할머니를 잡으려고 갑자기 뛴 데다가 하늘을 날면서 숨쉬기가 힘들어진 거예요.

 “할··· 할머니, 흡··· 흡입기.”

 성운이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간신히 말했어요. 삼신할머니는 서둘러 성운이의 바지 주머니에서 흡입기를 꺼내 줬어요. 성운이는 흡입기를 입에 대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어요. 

 “크으 헉.”

 성운이는 조금씩 숨을 고르게 쉬었어요. 삼신할머니는 옷소매로 성운이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줬지요.

 “이제 괜찮아졌니?”

 “네.”

 그제야 삼신할머니는 졸였던 마음을 풀었어요. 

 “할머니, 제발 부탁드려요. 저한테도 태몽을 주세요. 저도 아프지 않고 뛰고 싶어요.”

 삼신할머니는 성운이가 원하는 걸 들어줄 순 없지만, 성운이를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었어요. 삼신할머니는 눈을 감고 한동안 생각하고 생각했지요.

 “이미 여기까지 따라왔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 좋다. 네 태몽을 직접 찾아보렴.”

 “정말요?”

 성운이는 기쁨에 두 손을 모으고 삼신할머니를 바라봤어요.

 “정말 찾아가도 되죠? 그러면 알려주세요. 제 태몽을 어디에 두셨어요?”

 “직접 찾아가라고 했잖니.”

 성운이는 삼신할머니가 보물 찾기를 하자고 하는 것 같았어요. 

 “서둘러야 할 거야. 해가 지기 전에는 돌아가야 하니까. 그때를 놓치면 영영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단다.”

 삼신할머니는 해가 인간 세상으로 통하는 문이라고 했어요. 

 “이곳은 해가 지고 있으니까 인간 세상에는 해가 뜨고 있을 거다. 그러니 해가 모두 사라져 문이 닫히기 전에 네 태몽을 찾으렴.”

 성운이는 지는 해를 바라봤어요. 해를 사람의 얼굴이라고 한다면 콧방울까지 사라지고 없었어요. 

 “시간이 얼마 없네요.”

 “그러니 서둘러야겠지? 명심하렴. 해가 모두 사라질 때까지야.”

 “네.”

 “참, 이곳에서는 인간 세상에 관한 얘기는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왜요?”

 “이곳은 인간이 오면 안 되는 곳이니까. 네가 인간인 걸 알면 평생 여기서 살게 될 거다.”

 삼신할머니가 단단히 일렀어요. 성운이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사방을 둘러봤어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지요. 온통 앞이 뿌옇기만 했어요.

 “그런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요? 길이 없어요.”

 “네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가렴. 네가 가는 길이, 길이 될 거야.”

 삼신할머니는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하고 뒤돌아서 가려했어요.

 “할머니, 잠깐만요!”

 성운이는 자기가 먹으려고 했던 초콜릿을 삼신할머니께 드렸어요. 

 “초오코오올리이잇이 아니냐?”

 “네, 선물이에요. 저를 이곳으로 데려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성운이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어요. 삼신할머니가 초콜릿을 받아 들더니 말했어요.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나도 너한테 줄 선물이 있단다.”

 “선물요?”

 성운이는 내심 기대했어요. 어쩌면 바로 태몽을 줄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삼신할머니는 선물은 안 주고 엉덩이를 찰싹 때렸어요.

 “아야.”

 성운이는 얼얼한 엉덩이를 손으로 비비며 삼신할머니를 봤어요. 순간 성운이는 깜짝 놀랐어요. 어린아이로 변해 있었거든요. 

 “으악! 이게 뭐예요?”

 “이곳에서 편하게 돌아다니려면 이 모습이 좋을 거야.”

 삼신할머니는 주위 구름을 모아 뚝딱 옷을 만들어줬어요.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서둘러 태몽을 찾아보아라.”

 “하지만, 흡입기는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이 옷은 주머니도 없고······.”

 “이곳에서는 필요 없을 게야. 그리고 네가 입고 온 옷은 내가 맡아 두마. 그럼 행운을 빈다.”

 삼신할머니는 이렇게만 말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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