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선아 Nov 16. 2023

태몽 찾으러 왔어요 5

5. 도둑이야     



아이들을 따라간 구름 길 끝에 숲길이 보였어요. 숲으로 들어선 성운이는 놀라운 풍경에 넋을 잃었어요.

 발아래 풀들과 꽃들이 별처럼 반짝였어요. 바람이 불 때마다 솜사탕 같은 달콤한 향에 코끝이 간지러웠지요. 꽃과 풀 사이로는 크고 작은 동물들이 뛰어다녔고 하늘에는 오색찬란한 새들이 날아다녔어요.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꽃에 물을 주고 있었어요. 커다란 수박을 탱탱볼처럼 튕기는 아이도 있었고 악어를 강아지처럼 다루는 아이도 있었지요.

 이곳에 있는 모든 것에서는 빛이 났어요. 태양처럼 강렬한 빛을 내기도 하고 달빛처럼 은은한 빛을 뿜기도 했어요. 화려한 형광색 빛을 내는가 하면 낡은 가로등처럼 희미하게 깜빡거리기도 했지요.

 “우아, 신기하다.”

 성운이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어요. 고개는 사방을 둘러보느라 바빴지요. 

 그때 어디선가 아주 특별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왔어요. 처음 맡아보는 향기였어요. 성운이는 끌리듯 향기가 나는 곳으로 걸어갔어요. 그곳에는 커다란 장미꽃이 있었어요. 꽃잎 하나하나에는 아름다운 그림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했어요. 

 성운이는 꽃송이에 얼굴을 묻고 향기를 맡았어요. 꽃송이가 얼마나 큰지 성운이 얼굴이 꽃송이에 묻혀 보이지 않았지요. 

 “음. 향기로워.”

 성운이는 엄마 생각이 났어요. 장미꽃은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에요. 성운이는 장미꽃을 엄마에게 선물해주고 싶었어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었지요. 

 “안 돼!”

 갑자기 나타난 아이가 성운이를 밀었어요. 성운이는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어요. 

 “괜찮아?” 

 아이가 장미꽃을 이리저리 살폈어요. ‘괜찮냐’는 말은 성운이가 아니라 꽃을 보고 한 말이었어요. 

 “괜찮냐는 말은 나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성운이가 따졌어요.

 “너, 무슨 짓이야!”

 그러자 아이가 화를 냈지요.

 “내가 뭘?”

 성운이도 지지 않고 맞섰어요.

 “꽃을 꺾으려고 했잖아.”

 아이는 성운이를 노려봤어요. 성운이는 그제야 꽃을 꺾으려고 했던 게 미안했어요. 조금 전에는 장미꽃이 예뻐서 엄마한테 주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래도 그렇지, 성운이는 자기를 밀쳐서 다치게 하고 꽃만 살피는 아이가 못마땅했어요. 먼저 사과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당하게 말했어요.

 “우리 엄마한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아서 그랬어. 우리 엄마가 장미꽃을 진짜 좋아하거든.”

 “뭐라고?”

 아이가 성운이를 매섭게 노려봤어요. 성운이도 지지 않고 아이를 째려봤지요. 순간 아이가 큰소리로 외쳤어요.

 “도둑이야! 도둑!” 

 “도둑?”

 성운이는 놀라며 뒤돌아봤어요. 주위에 몰려있는 아이들과 동물들이 모두 성운이를 노려보고 있었지요. 

 “나? 나보고 도둑이라고 한 거야?”

 아이가 손가락으로 정확히 성운이를 가리키며 다시 외쳤어요.

 “그래, 너!”

 “아니야. 도둑이라니 말도 안 돼.”

 순간, 아이들과 동물들이 한꺼번에 성운이를 향해 달려들었어요. 성운이는 순간적으로 빈틈을 비집고 잽싸게 달려 빠져나갔지요. 도둑으로 몰린 게 억울했지만, 이대로 잡히면 인간 세상에서 왔다는 게 들통날 것 같았어요. 그러면 다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겠죠?

 성운이는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서 달리고 달렸어요.               

이전 04화 태몽 찾으러 왔어요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