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타자세
금요일은 일하고 와서 침대에 고꾸라졌다.
평일에 몰아세워 일정을 소화했던 피로감도 있었고
이제 주말이라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렸었나 보다.
편안한 자세를 취해도 됐었는데 몸을 웅크려 누웠다.
아이들이 머무는 작은 방. 작은 침대.
그 공간이 뭐라고. 그 시간이 뭐라고...
그렇게 마음이 편안하고 생각이 차분해질 수가 없었다.
토요일이 되었다.
브런치에 연재 글을 올리겠다는 약속이 가볍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글도 써야 하고 체력도 다질 겸 산으로 향했다.
새벽 등산을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오후에 간다.
아침에 카페에 가서 최대한 집중해서 공부를 하고
오후 일정에 아이들을 픽업해 주며 등산을 하는 것이다.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겠지만
시작할 때는 밍그적, 시큰둥한데 막상 해 보면 좋다.
특히 산은 더욱더.
특유의 풍경과
온몸 구석구석 정화시켜 주는 나무와 풀잎의 향이 너무 좋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사라지는 겨울산을
나는 무척이나 두려워하고 있나 보다.
하나라도 더 기억하려 눈동자를 움직인다.
신선한 공기가 나의 폐 깊은 곳까지 닿기를 바라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다.
귀를 열어 자연을 담아본다.
나의 기억에 더 선명하게, 오래 남기를 바래본다.
기왓장 옆에 샛노란 꽃이 옷을 펼쳤다.
바위 옆에서도,
돌 사이 틈새에서도,
기왓장 밑 작은 구멍에서도
건강한 아름다움을 아리땁게 보여준다.
햇볕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잎을 성장시키고,
꽃을 피우는 모습이 대견하다.
나도 어디에 발을 딛든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모습을 꽃피우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한없이 높을 것 같은 바위 옆이라도,
숨 막힐 듯 좁은 돌덩이 아주 작은 틈새라도,
억척스럽게 나를 가로막는 듯 보이는 기왓장 옆이라도,
환경을 탓하기보다,
나를 양지바른 곳으로 옮겨줄 타인의 손길을 기대하기보다,
스스로 꽃피울 수 있고
성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내어
후회 없는,
언제든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바닥에 쉬고 있는 나방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다.
원래는 나비 두 마리인 줄 알았는데 나방과 나비였다.
나방은 가만히 머무르고 싶어 하는데
자꾸 쫓아다니는 흰나비. ^^
귀찮은 듯 나방은 앉았다가 도망가고,
결국 나비는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마음이 합치되면 좋았을까?
좋아하는 마음은 큰데 상대방이 몰라줘도 속상하고,
한 사람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데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상대방은 부담스럽다.
비단 이것이 인간관계에만 국한되지는 않는가 보다.
서로를 아끼고, 위해주고, 장점을 발견해 주는 관계.
지금 내 주변에 그런 관계가 있다면
소중한 사람이고, 귀중한 관계이다.
당연시하지 않도록,
혹여나 상처가 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나를 뒤돌아보고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가을이 최대한 늦게 오면 좋겠는데
성큼 가까이 다가왔다.
노란 단풍잎을,
낙엽을 보는 것이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지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것도 중요하겠지.
떨어진 낙엽조차
잘 썩고 발효가 되어
식물의 성장에, 자연의 확장에
잘 쓰이면 좋겠다.
-반 낙타자세 우스트라사나 (아래 사진)
신체의 앞부분 전체를 열어주는 동작이다. 허벅지, 엉덩이굽힘근, 가슴, 발목, 복부를 스트레칭해주고 척추를 강화시켜 준다. 또한 소화와 신경계를 촉진시키고 얼굴에 이르는 혈류를 늘려주는 동작이다. -
오늘은 산 초입에서 사진을 찍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쁘지 않고, 부족한 곳도 많은 나의 신체다.
하지만 이렇게 요가 동작과 자연에 묻혀
만족스러운 사진을 보게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평범하면 어떠리, 단점이 많아도 어떠리.
어느 누군가가 예쁘게 봐주면 그것으로 축복이고,
일상에서 스스로 행복을 빚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를 난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