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등산기 2부를 올리기에 앞서
다른 연재 브런치북 글을 먼저 올립니다)
내 마음은 아직 초록 싱그러움 속에 머물고 싶은데
빨간 단풍이 손님처럼 찾아왔다.
손님...
반갑게 왔다가
아쉬움 속에 보내드려야 하는 사람.
손님을 떠올리니
잊히지 않을 그리움을 마음 한켠에 남긴다.
친절한 말을 더 많이 건네줄 걸,
더 많이 눈을 마주치고 귀를 기울일 걸,
내 말 중에 서운한 말은 없었는지,
더 많이 공감하고 웃어주지 못한 건 아닌지,
마음을 더 보듬어 주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던 건 아닌지
가슴 어느 구석에서 빨가스름하게 물들어 번져간다.
손님은
언젠가 독립해 나갈 아이들일 수도 있고,
눈물을 한아름 적시며 생에 작별인사를 해야 할
부모님일 수도 있다.
성실과 장난과 낭만을 함께 했던 친구들일 수도 있고,
추억과 고마움을 남기고 헤어진 수많은 지인들일수도 있으리라.
갈색의 낙엽이 보랏빛 꽃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준다.
마치 무뚝뚝할 것 같은 신랑과
섬세한 감수성의 신부 같다.
낙엽은,
굴곡진 삶에서
인내하고 버틴 만큼 짙은 갈색이 물들어진 듯하고
보랏빛 꽃은
사랑으로 감싸야할 일들이 많기에
잎들이 부드럽게 겹겹이 피어났나 보다.
바위가 유독 많은 설악에서도 잘 자랐듯이,
딱딱한 돌덩이에서도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기를,
귀엽고 작은 또 다른 꽃들도 잘 피워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옹기종기 다양한 색으로 인사하는 잎들.
아직은 청순한 초록빛 잎으로도,
활짝 웃는 미소처럼 곱게 물든 노란 단풍으로도,
상큼하게 애교 섞인 말을 건넬 것 같은 빨간 잎으로도,
저마다의 개성과 빛깔로 고운 자태를 뽐낸다.
다름을 시기하지 않고,
비교에 상처받지 않고,
변화에 애석해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들.
똑같지 않아 더 아름답다.
여러 색이 어울려 더 다채롭다.
그래서 더 사랑스러워 보이나 보다.
뿌옇게 가려졌던 산의 능선이
밝은 해의 기운과 더불어 그 장대함을 드러냈다.
수천 년을 견디고 쌓였던 만큼
장엄한 규모와 아우라에
감탄과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도 알 수 없는 거대한 구름은
우뚝 솟은 산봉우리를 감싸기도 하고,
자욱하게 모든 산을 덮는 듯하더니
이내 휘몰아 돌아서며 마법 같은 경치를 선사해 준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른 새벽,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오른 보람을
모두 잊게 만드는 자연의 신비였다.
갑자기 요가동작을 하려니
굳고 경직된 몸이 느껴졌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브런치연재도 있지만
산에서의 요가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전진이었다.
삶을 개선시켜 여유가 된다면
이년 전 혼자 다녔던 국립공원 투어를 다시 시도하고 싶다.
23개의 한국의 국립공원 산들은 정말 멋지고 인상 깊었다.
요가를 발전시켜 그곳에서 요가 동작을 남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설악은
첫 국립공원 투어의 마지막 장소이면서,
요가를 실행시킬 두 번째 투어의 첫 장소가 되는 셈이다.
끝과 연결된 새로운 시작이 잘 연결되고 마무리될 수 있다면 얼마나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