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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인생에 활력이 돋는다.

by 글쓰는 스칼렛


난 E형일까? 아니면 I 형일까? 뜬구름 없이 무슨 MBTI를 말하는지 생뚱맞다고 여기실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도 내 성향이 헷갈릴 때도 있다. 테스트도 볼 때마다 다르게 나와서 딱히 말할 수 있는 성격 유형도 없다. 그렇지만 오늘 쓰고자 하는 '낯가림이 없고, 사람을 좋아하고, 닮고 싶다는 마음도 잘 느끼는' 나의 성격을 설명하기에 선제적인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다.

나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평가도 제각각 다르다. 누구는 내성적이라 하고 누구는 아주 외형적이라 한다. 브런치 연재글도 뜯어보면 아주 다른 성격의 글들이다. <갑상선 저하증이지만 활기차고파> 브런치북은 완전 외향적이지만 <등산하며 요가하며 힐링하기>는 요가 사진이 첨가되기는 하지만 사색적이어서 내향적 면모가 보이는 것 같다.


내성적(?)면모는 삶의 패턴에서도 드러난다. 요가는 사람들이 좋아 운동과 사교가 같이 윈윈효과를 내지만 (그래도 비교적 사부작 조용한 모임이다) 나머지 운동은 거의 독립적으로 행해진다. 새로 시작한 댄스에서는 수업이 끝나면 얼른 인사하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온다. 등산은 일 년의 몇 번 없는 이벤트적인 약속이 아니고서는 거의 매주 혼자 다니고 달리기도 혼자서 연습을 한다. 집에서 하는 홈트를 즐기고 혼자서 공부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나의 자유 의지대로 계획을 짜고 공간을 이동하고 시간을 쓰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인 것이다.


그런데 나의 외향적 성격이 아주 활발하게 톡톡 튈 때가 있다. 바로 즉석에서 만남을 가질 때다. 낯가리는 성격이 아니라서 혼자서 등산을 가거나 여행을 가게 되면 그곳에서 마주치는 사람과 금방 친해진다. 쉽게 말을 걸고, 대화를 한다. 궁금한 것은 친근히 물어보며 나에 대한 질문에도 대답을 잘해준다. 나의 E형인 성격이 완전 빛을 발하는 때다.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무척이나 재밌고 호기심을 끌어당긴다.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호응하는 나를 보는 상대방도 어색함이 금방 사라진다. 그래서 등산을 가도 사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내가 먼저 제안을 하고 나도 부탁을 드리면 되기 때문이다.

혼자 있다가 외향적으로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친근해지는 두 번째 루트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나의 성격에서 기인한다. 본받을 점이 있다던가, 인품이 좋다던가,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는다던가, 어느 한 분야에서 뛰어나던가, 나에게 도움을 주는 착한 마음씨에 매료가 된다던가... 친숙함이든, 예의 바른 에티켓이든, 어떤 점에 끌리든 간에 나는 사람을 잘 좋아한다. 그래서 더 반갑게 인사하고 함께 하는 시간에 집중하게 된다. 삶에 또 다른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물론 동기부여를 받을 수도 있다.


요가를 좋아하게 된 것도 선생님이 좋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다양한 수업 내용과 탄탄한 구성, 정확한 지도까지. 단체 수업이지만 나의 위치가 선생님 바로 옆이라 자주 조곤조곤 개인적인 티칭을 해 주신다. 성실하게 잘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따로 다른 운동도 하고 있지만 복습하고 노력해서 좋아졌다는 인정을 받으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혼자서 연습해서

'보세요, 선생님. 저 이제 이 동작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라고 함뿍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순간을 기대한다. 실전에서는 부끄러워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진 않지만 선생님께서 먼저 알아차려 주신다. 절묘한 인정이 느껴질 때면 흐뭇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런 경험은 혼자서도 씩씩하게 연습을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번 학기에 수강하게 된 몇몇 대학 교수님들도 참 좋다. 성실의 최고봉을 찍으면서 지적인 분이 계시는 반면, 편안하고 솔직한 대화로 친근감 있게 수업을 이끌어가시는 분들도 있다. 교수님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들어도 정말 성실한 학생이신 것 같았다. 현재도 강의를 많이 하고 있고 추석에도 매일 학교에 나오셨다고 하셨다. 많이 알고 계셔도 날카로움이나 기세등등함이 없다. 오히려 유하고 부드러우시며 농담도 잘 섞어내신다. 그래서 나는 똘망한 눈으로 이 강의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많이 피곤해도 이 수업은 하나도 지루하지 않다.

또 다른 인상 깊은 교수님도 계신다. 본인이 쓰신 책을 교재로 쓰고 계신데 소개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서와 역저가 자그마치 30개였다. 브런치에서 많은 책을 낸 분이 6개였나? 12개였나 그랬는데 상상초월의 숫자에 깜짝 놀란적이 있다. 학위도 많고 그래서 많은 분야를 통섭하여 아우르고 있는 점도 인상 깊었다. 이 교수님의 행적을 본받고 싶다고 해야 하나? 노력과 다양한 시도에 감명을 받았다고 해야 하나? 소개란은 마치 낮은 산을 보고 '저곳에 갈 거야'하고 다짐하고 있는 나를 더 큰 세상으로 끌어내어주는 것 같았다. 마치 조용하지만 뚝심 있고 강한 코치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마음 내키는 내로 이리저리, 왈가닥 움직이는 나에게 체계적이고 생산적인 과정으로 인생을 잘 리셋하고 풀어내어보라는 무언의 지시를 주시는 것 같았다.

더 큰 산을 보라고, 꿈을 더 크게 가지고, 더 확장하고 탄탄하게 건축해 보라고 격려와 채찍을 주시는 것 같았다. 이런 자극들을 받을 때마다 나는 수업 과정들을 잘 끝내고, 괜찮은 사회인으로 자리 잡고 싶은 열망을 갖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분들 중에 이렇게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분들이 꽤 계신다. 물론 겉으로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를 티 내지는 않는다. '참 괜찮은 분을 알게 되어 기뻐.'라고 생각하며 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가끔은 이런 마음들이 합치될 때가 있다.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고 장점을 바라봐 줄 때, 나 또한 상대방을 본받고 싶고 오래도록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마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이다.

이런 만남이 생기면 나는 한층 성장할 에너지를 얻게 된다. 단점도 많은데 장점을 바라봐줘서 감사하고 나의 성장과 발전을 격려해 줘서 자신감이 생기게 만든다. 상대방의 노력하는 모습에서 자극을 받기도 하고 앞으로도 함께 어울리기 위해 성실할 의지를 갖게 한다.


그런데 결국은 마음도 좋지만 실제적인 삶에서 증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듯한 사회적 명함이 있으면 좋고 아니면 성장해 온 결과물이 보이면 더 좋을 것이다. 수입이든, 직함이든, 경험이든, 알게 모르게 나의 노력과 성장을 그 속에서 드러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획득하길 바란다. 자격증을, 경험을, 인정을...

그래서 멈출 수 없고, 다양한 시도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당당하게 그분들 앞에서 설 수 있는 나의 자존심이며 스스로에 대한 인정으로 거리낌 없이 웃고 대화할 수 있는 여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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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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