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좋아지려면 근육통은 감내해야한다
등산으로 짱짱하게 버텨주는 다리와는 다르게 상체의 '등'은 힘없는 약골이었나 보다. 요근래 요가의 후굴(몸을 뒤로 젖히는 동작)과 머리서기 같은 몸을 반대로 세우는 동작을 하겠다고 낑낑거렸다. 안 쓰던 등에 무리가 간 것 같다. 그랬더니 조금만 움직여도 '악악' 움찔거릴 만큼 불편한 통증을 던진다. 평탄한 삶을 살다가 난데없는 불똥을 맞은 듯, 등의 근육은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날 건드리지 말란 말이야!'
성격 쎈 새침데기처럼 매서운 맛을 톡 쏜다.
"네가 이런다고? 내가 지금 얼마나 할 게 많은 줄 아니?"
나는 아프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다그치고 싶다. 할 게 많아 마음이 바쁘기 때문이다.
시험 준비로 워드 작업도 해야 하고 펜을 잡고 이것저것 적어야 하는데 등의 반항기는 더 세진다. 뭘 하려고 하면 "아~' 신음 소리를 발산시키며 행동을 멈칫거리게 만든다. 팔을 들어 올리려고 해도, 상체를 조금만 움직여도 지정된 간격으로 알람을 울리는 시계처럼 찌리릿 아픔을 던진다.
'호호호~ 어디 맘대로 해봐요~ 내가 시키는 대로 잘 따라주는지 두고 보세요~'
앙칼진 모습에서 이제 밉상스러운 요물이 되었다.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도 "악악", 글씨를 쓰다가도 "윽".
등은 뻐근하고 불편하다.
"그러니 평소에 나도 운동을 좀 꾸준히 시켜주지 그랬어요~ 나도 섹시한 근육의 등이 되고 싶었단 말이에요."
그래. 할 말이 없다. 등 운동은 재미없었다. 남편이 그렇게 헬스장에 가서 근력운동을 하라 했건만 좋아하고 마음 내키는 운동만 주구장창 반복했다. 랫풀다운을 꾸준히 했다면 좀 나았을까?
아픈 곳 없이 잘 지내다 뻐근하고 불편한 통증이 생기면 일상이 덜커덩거린다. 마치 끊임없이 나타나는 도로의 과속방지턱 같다. 속도를 낼 수가 없다. 행여 쌩하니 달려 나가면 철퍼덕하며 의자나 몸을 마주잡이로 위로 튕겨낼 것 같다. 그러면 나는 순간 멈칫하겠지?
'아뿔싸! 행여나 차가 손상된 것은 아니겠지?'
하며 말이다.
가뜩이나 시험 준비로 무미건조한 단어와 용어를 꾹꾹 눌러 담아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하는데 (물론 인출이 제때 제대로 될지는 의문이지만..) 뻑적지근 등이 날 더 뻐근하게 만든다.
휴~~
'그래 어디 두고 보자고, 난 널 길들이고 말 거야.'
아름다운 동화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말했던 애정이 담긴 길들이기는 아닐 것 같다. 잡아당기고, 불끈 힘을 주고, 조았다가 푸는 훈련병을 위한 조교 같은 길들이기? 그런데 문제는 조교가 엉성하고 체계성 없는 아줌마인데 어쩌지? 푸하하~
뻑적지근하게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좀 차분해지면 좋으련만...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잊을만하면 계속 툭툭 건드린다. 아이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지금도 등은 양볼 가득 심통을 구겨 넣은 아이처럼 세하게 반항한다.
언제쯤 얌전해지려나...
그래, 우리 천천히 길들여지자.
어린 왕자와 꽃처럼 언젠가 우리도 아름다운 모습의 요가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잖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