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더 좋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믿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작년부터 죽음을 넘나드는 고통 속에서 나는 매일 나 자신에게 말했다.
"인경아! 너는 죽지 않아! 분명 오래 살 거야. 이리 죽으면 너무 억울하잖아. 보험금도 많이 나오는데 써봐야지. 죽으면 보험금도 없어. 살아 있어야 받을 수 있잖아. 지금의 고통은 분명 뭔가 변화를 원하는 하나님의 뜻일 거야! 그걸 찾아봐!"
그렇게 나는 살기 위해 믿었다. 나는 항상 많이 웃으려 노력했다. 쓸데없는 생각이 올라올 땐 최대한 좋은 기억을 떠올리려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만들어주는 드라마를 보며 주인공이 되어 흥분도 해봤다.
그래도 억울한 일이 생기거나, 나쁜 생각이 스멀거릴 때면 혼잣말로 다독였다.
"지금 나는 살아 있잖아? 용서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어? 다 잊어버려. 오늘도 건강히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귀한 하루를 보내자! 지금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건 뭐지?"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동안, 또 다른 기적이 찾아왔다. 나 자신도 믿기 힘들 정도이다. 하나님의 사랑을 이렇게 느낄 수 있는 내가, 뭘 더 바랄 수 있을까 싶었다.
8월 말, 심한 통증으로 다시 한번 ‘희망이 없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판정을 들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말에도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사형선고와 같은 말을 듣고 병원을 나오면서도 딸과 나는 며칠 동안 잠을 못 잔 탓에 요양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입을 벌리고 침까지 흘리며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본 기사 선생님은 웃으며 말했다.
"거리가 더 멀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빨리 온 것 같아요."라며 우리를 깨운 걸 미안해할 정도였다. 그 말에 딸과 나는 서로 바라보며 웃기만 했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나 자신이 대견했다.
요양병원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찜질방으로 향했다. 암은 따뜻함을 싫어한다. 그 원리를 이용해 나는 매일 같이 찜질방에서 독소를 빼며, 스트레칭 등 암이 싫어하는 걸 골라서 하고 있었다.
통증 때문에 거의 먹지 못한 나는 문득 달달한 뭔가가 먹고 싶었다. 그때 딸이 내려왔다. 사우나를 좋아하진 않지만, ‘엄마가 혹시나 넘어질까? 통증으로 몸부림치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온 딸은 내 옆에 누워 열심히 쿠팡이츠를 보고 있었다.
"이쁘나! 엄마 빙수 시켜주라!"라는 말에 반짝이는 딸의 눈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무슨 빙수? 팥빙수? 망고 빙수?"
"둘 다 시켜 먹자"라는 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딸의 손가락은 벌써 주문 버튼을 눌렀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웃음이 나왔다.
통증으로 속이 울렁거려 아무것도 못 먹던 나는 갑자기 입맛이 돌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왜 안 오냐?”라는 나의 재촉에 딸은 나가서 직접 빙수를 받아 왔다. 딸이 찜질방 문을 여는 순간, 달콤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해 침을 삼키게 했다.
통증으로 속이 울렁거려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나지만, 빙수를 한 숟가락 떠먹는 순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로 행복한 맛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빙수였다. 두 통을 순식간에 비운 우리는 세상 모든 걸 다 얻은 기분이었다.
배가 부르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냥 행복했다. 당장 죽어도 괜찮을 거 같았다.
누워서 아픈 다리를 쓰다듬자,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삶이란 뭘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눈을 뜨고 있는 내가 좋았다. 나를 걱정하고 사랑해 주는 딸의 손을 꼭 잡을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새로운 치료 방법이 필요함을 느꼈다. 지난 12년 동안 나는 나만의 대처 방법으로 암과 싸웠다. 병원 약을 최소화하며 자연치유나 의료기기들을 병행하면서 현재의 나를 지탱시켜 왔다.
처음 유방암 수술 후, 의사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며 나에게 많은 협박을 해왔다. 나도 그때마다 얼마나 무섭고 겁났는지 모른다.
“이렇게 그냥 죽으면 어쩌냐? 죽어도 이쁘게 편하게 죽어야 할 텐데. 아이들이 힘들지 않고 상처받지 않아야 하는데.” 등 많은 고민과 갈등이 내 안에서 싸웠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자료를 찾아보고 체험담을 읽었다. 의료기 전시회장도 여러 번 갔었다. 항상 절약 정신에 찌든 나였지만, 그때만큼은 ‘살기 위해’ 돈을 썼다. 효과에 초점을 두고, 비싸도 이를 악물고 샀다.
세라젬의 유리듬 V6를 시작으로, 고주파, 초음파, 저주파, 근적외선 마사지기 등은 물론 물을 만드는 수소수기, 은물 제조기, 증류수 제조기 등 좋다는 것은 닥치는 데로 샀다. 주변 사람들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많은 기계를 언제 다 써? 돈이 많은가 보네?”라며 비꼬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 당장 필요해서 샀지만, 그걸 얼마나 쓸진 모르겠어요. 하지만, 현재 내가 아픈 것만 해결해 준다면 한 달만 써도 저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창고에 보관했다 나중에 생각나면 또 사용하고요.”
그랬다. 지금의 통증이 사라져야 나에겐 내일이 있을 수 있다.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일시적인 것이라며 돈지랄이라고 욕할 수 있지만, 나는 돈도 내가 있어야 돈지랄이든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2년 동안 나는 암 환자들이 겪는 모든 고통을 골고루 다 겪었다. 항암 방사선 치료만 하지 않았을 뿐, 모든 통증과 아픔은 쉬지 않고 왔다. 그때마다 나는 많은 기계와 영양제, 새로운 물과 여러 병원 치료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고비고비를 넘겼다. 그 덕에 나는 아직 살아있다.
우리 집과 지금 있는 병원에 의료기기가 가득하다. 집에 있는 걸 다 가지고 오진 못했지만, 내 병실에 있는 기기들만 해도 종류가 다양하다.
자연치유를 선택하면서 지난 12년 동안 내가 사용한 기기와 치료 방법을 다른 암 환우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졌다. 많은 암 환우들이 몰라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 자신들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골라 쓰면 된다. 암이란 사형선고가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기기나 치료법을, 믿음을 가지고 잘만 이용하면 얼마든지 이겨 낼 수 있는 병이다.
지금 나의 모습을 보면 많은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웃음으로 대답한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게 말한다. 기적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노력한 대가라고. 기적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보상이라고.
202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