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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저작권 글 공모전 수상작 발표

침묵의 숲에서

by 순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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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숲에서



자기 둥지에 몰래 낳은 알을 키우느라

오목눈이는 더 이상 노래하지 못한다.

부화된 새끼들의 목청에 뒤섞인

뻐꾸기의 불협화음에 숲이 침묵하는

바람도 없는 둥지에서 곧게 떨어져

흙바닥에 파문을 남기고 흩어진

어린 새의 영혼은 누가 구원할 것인가


참나무 줄기에 스민 씨앗 하나

두꺼운 껍질을 뚫고 뿌리내리는 날

숲은 못 본 체 등을 돌리고

겨우살이 무성해지는 동안

파리하게 메마른 참나무 나이테에 패인

깊은 상처는 어느 숲이 치유하나


숲 속에 울려 퍼지는

부화한 뻐꾸기가 내뱉는 잔인한 노래

참나무 줄기를 뚫고 나온 황금빛 열매

오목눈이 둥지 위로 날아오르는 뻐꾸기

나 보고 들으라고 당당하게 속삭인다.


너는 기생(寄生) 없이 살 수 있겠니?





저작권 글 공모라는 주제와 틀이 주어진 글쓰기에 시 쓰기가 맞나 싶었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자,하고 썼지요. 뜻하지 않은 상을 받았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주제에 맞추려는 억지스러움이 있지만 그래도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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