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날이 오면

by 순례자

그날이 오면


당신이 부르시는 날은

연분홍꽃들이 다투어 피는

분주한 봄날이기보다는

은행나무 잎사귀 샛노랗게

눈물겨운 애틋한 가을날이기를


당신이 부르시는 날은

사고로 병실살이나

망각으로 거리를 헤매지 않고

목마른 사람들에게 물 한 잔

건네고 돌아와 소파에서

깜빡 조는 시간이기를

당신처럼 살진 못해도

조금이라도 닮아가며 살다가

사랑하는 이들 곁에서

그동안 고맙고 행복했다고

따뜻한 눈길로 끄덕이기를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의 얼굴

마주 볼 레는 가슴을 품고

내 영혼을 당신께 맡깁니다,라고

작은 소리로 읊조리다 갈 수 있기를

당신이 부르시는 날은

keyword
금, 토 연재
이전 08화배롱나무 옆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