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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의 자녀 교육은 어떻게 다른가”

입시 이후 물려줄 ‘보이지 않는 자산’에 대하여

by 팬지


나는 부유한 집안보다

‘명문 가풍’이 대물림되는 집안을 만들고 싶다.


돈뿐만 아니라

지식과 생각의 깊이,

문화적 소양, 대화의 태도 같은 것들이

세대를 거치며 차곡차곡 쌓여가는 집안.

(꿈이 큰 편이다^^)



흔히 “3대가 지나야 가풍이 생긴다”고 한다.


우리 집안은 사실 ‘무’에서 시작해

두 세대를 거쳐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 아이들 대에는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삶의 품격이 묻어나는 태도와 시선—

내면의 기준이 있는 가풍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얼마 전,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문화 공연과 뒤풀이 자리에

함께한 적이 있었다.


놀라웠던 건,

모두 전문분야는 제각각이었지만

문화에 대한 관심과 소양만큼은

예외 없이 깊었다는 점이다.


다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공연을 보기 위해 시간을 내어

멋진 정장을 차려입고 오셨다.



더 인상 깊었던 점은

공연을 함께 보러온 자녀들을

뒤풀이 자리까지 데려오는 모습이었다.


고등학생, 대학생 아이들을 옆자리에 앉혀

어른들의 대화를 듣게 한 것이다.


한 대학생 아들은

같이 온 여자친구를 먼저 돌려보내고

우리와 함께 있었다.



“왜 자녀들을 뒤풀이 자리에 남기셨을까?”


나 같았으면

‘어른들 모임이니 먼저 집에 가 있어’라고 했을 것이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공연에도 안 따라왔다.ㅜㅜ)


아이들은 대화에 끼어들진 않았지만

어른들이 나누는 관심사와 정보,

대화하는 방식, 관계맺는 태도를

조용히 곁에서 흡수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자리는 자녀들에게

사회적 교육의 장이자,

각계 주요인사들을 직접 만나고

안면을 트는 기회였을지 모른다.



그 장면을 보며 떠오른 단어가 있었다.

바로 ‘아비투스(Habitus)’.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이 개념은

사람의 말투, 태도, 취향, 관계 맺는 방식 등

삶에 밴 무형의 습관들을 뜻한다.


아비투스는

타인과 나를 구별 짓는 아우라이자,

사회문화적 환경이 만든 제2의 본성이다.



입시만으로는 생기지 않는 것.

학벌만으로는 가질 수 없는 것.


바로 그런 것들이

한 집안의 ‘가풍’을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



부모가 평소에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무슨 책을 읽고,

아이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내 아이가

앞으로 어떤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을지,

어떤 세계를 ‘자기 것처럼’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을지.


어쩌면 지금 부모가 만들어주는 환경에

그 답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부모의 성공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그렇지만 아이의 세계가

보다 깊고 넓게 확장될 수 있도록

작은 기회를 하나씩 만들어 주는 일.

그것이 부모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더 중요한 역할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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