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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ke Aug 17. 2024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한 특별한 하루

2300원 아메리카노의 힘

학원에 가기 1시간 전, 미처 끝내지 못한 토익 숙제를 마치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발길을 재촉하던 중,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간절해졌죠. 적당한 카페를 찾으려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늑해 보이는 한 카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밝은 미소로 인사하는 사장님의 환영에 저도 기분 좋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키오스크에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니, 2,300원이라는 가격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정도의 공간에 이 가격이라고?'


자리로 이동해 노트북을 펼쳤습니다.


카페의 은은한 조명과 조용한 분위기 덕에 숙제를 마치기에 딱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빨리 숙제를 끝내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디카페인 나왔습니다~"  


사장님의 부름에 음료를 받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카페인에 예민한 저에게는 다른 카페에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때마다 ‘이게 정말 디카페인이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들곤 했는데, 오늘은 안심하고 마실 수 있었습니다.


빨대 위에 깔끔하게 덮인 비닐 커버까지, 작은 세심함이 느껴졌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손님이 들어왔습니다. 금요일 아침, 출근길에 잠시 들른 손님이었습니다. 테이크아웃을 위해 서둘러 커피를 받아 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바쁜 일상이 엿보였습니다. 사장님은 여느 때처럼 밝게 인사했지만, 손님은 짧게 대답하며 떠났습니다.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을까요?


곧이어 중년의 남성 두 분이 카페에 들어섰습니다. 두 분의 대화가 흥미로워 숙제를 하던 손길이 멈췄습니다.


"아니 글쎄, 그 양반 합의금만 2천만 원이래."  

"집이 3채나 되는 사람을 잘못 건드렸나 봐."  

"앞으로 장사는 어떻게 할랑가 몰라."


순식간에 집중력을 잃고 대화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두 분은 더위를 식히고 사장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곧 카페를 떠났습니다.


세 번째 손님은 들어오자마자 사장님보다 더 큰 에너지를 발산했습니다.


“오늘은 웬일로 나왔어?”  


“알바생이 아프다고 해서 대신 나왔어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에 군대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대대장님께 보고서를 보고하던 중이었습니다.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하신 대대장님은 몇 가지 부족한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피드백을 듣고 난 후, 마음이 무거워져 축 처진 어깨로 길을 걸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같은 중대에 있던 선부님이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중대장님, 식사는 하셨어?"  


이 질문에 저는 순간 멈춰 서서 선부님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뇨, 이제 먹으러 갑니다."


미소를 지었습니다!


"선부님은 식사하셨어요?"


"진작에 먹었죠~"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마음의 무게가 덜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짧지만 따뜻했던 그 대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렇게 과거를 회상하며 잠시 미소 짓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숙제에 몰두했습니다. 겨우겨우 100문제를 다 풀고 나서, 남은 커피를 반납하고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사장님의 따뜻한 인사를 뒤로하고 카페를 나섰습니다. 카페에서 보낸 이 짧은 시간이 오늘 하루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음을 느꼈습니다.


2300원으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한 잔, 숙제, 손님들의 일상,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았습니다.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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