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인성, 그리고 비행감
비행을 하기 전까지는 내가 비행에 적성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저 환상으로만 시작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조종복이 멋있어서, 하늘을 나는 모습이 멋있어서 시작한다면 내가 정말 비행을 잘할 재능이 있는지 결국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문제는 언제나 돈이다.
돈이 많다면 이런 시도쯤은 가볍게 해볼 수 있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힘이 있으니까.
하지만 돈이 없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실패를 감당할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비행을 사랑한다고 믿는 것에 약간의 의심이 남아 있다고.
왜냐하면 나는 스스로 잘 안다.
나는 비행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행을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도 장점이 있다면, 비행이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이다.
그들은 언젠가는 비행을 할 수 있게 되지만 그 언젠가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아무리 열정이 넘쳐도 1시간마다 비용이 나가는 현실 앞에서는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이의 꿈을 위해 비행 체험을 시켜주려는 부모들은 기꺼이 돈을 쓴다.
조종사가 되는 과정은 단순하다.
돈과 인성, 그리고 비행감.
이 세 가지만 있으면 길이 열린다.
하지만 돈이 없는 부모들은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려 한다.
아이의 꿈을 지켜주지 못할까 두려워서다.
부모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 아이들은 오히려 비행을 더 잘하기도 한다.
아주 어린아이들 말이다.
좋아한다고 믿기 때문에 결국 잘하게 되는 것 같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누군가 있으니까. 그 꿈을 지켜줄 누군가가.
나 또한 누군가 내 꿈을 지켜줄 누군가가 있다. 그리고, 언젠간 나도 꿈을 지키러 떠날 것이다. 하늘에 실어 멀리, 더멀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