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찾으려는 과정 자체가 비행일까
비행이라는 게 어쩌면 별것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환상일 뿐일지도 모른다.
멋진 제복을 입은 민항기 조종사는 많은 승객의 생명을 책임진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꿈꿨던 직업이고, 칵핏 안에서는 오직 조종사에게만 권한이 있다.
그만큼 책임은 무겁지만, 실제로 하늘 위에 오르고 나면 대부분의 시간은 비행기를 감시하고 필요한 순간에 수정하는 정도의 업무다.
민항기 조종사의 현실은 그렇게 굴러간다.
그러면 전투기 조종사, 헬기 구조 조종사, 곡예 조종사는 어떨까.
각기 역할도 다르고, 비행의 의미도 다르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오래 조종사라는 꿈을 쫓고 있는 걸까.
딱 세 글자인 ‘조종사’에 마음을 빼앗긴 건지,
아니면 정말 나에게 맞는 비행의 형태가 따로 있는 건지.
지금의 시스템 안에서는 내가 어떤 비행기를 타게 될지조차 선택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과연 나는 이 안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나에게 맞는 비행’을 찾을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건 단순히 비행을 수행하는 기계 같은 역할이 아니다.
나라는 사람의 존재 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선명하게 해주는,
직업을 넘어서 하나의 페르소나를 만들어주는 그런 비행이다.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어떤 조종사를 꿈꿔온 걸까.
비행에 대한 환상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애초에 나는 비행을 향하도록 태어난 사람일까.
나는 아직 그 답을 찾고 있다.
그리고 아마, 그 답을 찾으려는 이 과정 자체가 비행의 일부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