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교육과 기능시험
기능교육은 정해진 시간 동안 시험 코스를 반복해서 도는 식이었다. 강사님은 외워야 할 것들을 빠른 속도로 쭉 읊은 후, 곧바로 운전석을 내주었다. 나는 시동을 켤 때는 브레이크를 밟고 있어야 하며, 엑셀을 밟지 않아도 차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난생처음 알았다. 그 외에도 전조등 켜는 건 왜 이리 복잡하고, 좌우 방향지시등은 또 얼마나 헷갈리는지 운전하는 사람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 회전도.
“회전은 공식이 없어요. 감이에요.”
“예… 에?”
‘아니, 강사님. 그걸 회전할 타이밍에 말해주시면 어떡해요. 그래서 얼마나 돌리라고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차오르기만 했다.
기능시험의 최대 난관이라는 ‘T자 주차’는 2시간 내내 한 번도 제시간에 성공하지 못했다. 어디까지 가서 핸들 몇 바퀴 돌리고, 풀고, 후진 기어 넣고, 핸들 반대쪽으로 다 돌리는 등 공식을 외우는 것조차 벅찼다. 교육이 끝나자마자 오랑우탄에게 카톡을 남겼다.
‘나 주차 못 하네’
둘째 날은 ‘어제 한 번도 주차 성공 못 한 애’라고 뇌리에 박혀있으셨는지 처음부터 강사님이 주차를 보여주고 시작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고작 하루 지났을 뿐인데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온 듯 낯설게 느껴졌다. 내리막길과 회전이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핸들을 몇 바퀴 감고, 풀었는지 몰라 쇼를 벌였다. 강사님은 무심함과 태연함 그사이 어딘가에서 왜 이러냐는 말을 반복했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2교시부터는 웬만하면 합격권 점수가 나왔다. 반복의 힘이었다. 강사님이 잠시 졸았을 땐, ‘내 운전이 잠이 솔솔 올 정도로 안정적이구나’ 싶어 어깨가 으쓱했다(?). 그럼에도 합격을 확신할 수 없었던 건 종종 뜬금없는 상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어어, 선 밟는다. 실격!’
‘(연석)올라탄다, 올라타! 실격!’
기능시험은 교육을 마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별로 안 떨릴 줄 알았는데 대기하면서 앞번호 응시자들의 합불 여부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자니 긴장감이 치솟았다. 익히 듣던 대로 합격하는 사람은 반도 되지 않았다. 다른 것보다도 이 숨 막히는 분위기를 다시 겪고 싶지 않아서 간절히 한 번에 붙고 싶었다. 뒤쪽 순서에 배정된 나는 대기실에 몇 사람 남지 않았을 즘 돼서야 시험을 치러 나갈 수 있었다.
“○○번 준비되셨습니까.”
안 됐다고 외치고 싶었지만, 나는 앞의 응시자가 그랬던 것처럼 창문 밖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시동을 켜고, 운전장치조작 과제 두 가지를 감점 없이 수행했다. 교육 내내 전조등 과제 나올 때마다 점수 까먹고 시작하는 나를 위해 강사님이 스파르타로 가르쳐주신 덕이었다. 잊지 않고 좌측 방향지시등도 켜고 출발했다.
시험 때는 교육과 달리 차량에 혼자 탑승하고, 시험장 곳곳에 감독관들이 배치돼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경사로를 내려오는 나에게 외쳤다.
“너무 오른쪽으로 붙어서 가잖아!”
운이 좋았다. 그분이 아니었으면 어디 갖다 박아서 실격됐을지도 모른다. 그즈음 탈 때 의자 높이를 신경 못 쓴 탓에 교육 때보다 현저히 낮은 것이 느껴졌다. 높일 여유 따위는 나에게 없던 관계로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T자 주차에서 한 번 탈선했지만, 다행히 여러 번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매번 자신 없던 회전 구간도 어찌어찌 지났다. 후반에 나온 돌발 과제도 잘 이행한 후, 가속 구간을 지나 우측 방향지시등을 켜고 종료 지점을 통과했다.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