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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면접기

재취업 vs 인생 제2막 준비

by JJ

3주 전, 모 중소 건설회사 대표이사 면접을 보았다.


작년까지 다니던 회사에 비해 규모는 100분의 1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50대 중반의 나이에 재취업의 기회가 어디냐'는 생각과 함께, 30년 직장 생활의 경험을 쏟아부어 작은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다면 그것도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작년에 퇴직 통보를 받은 후 올 한 해, 새로운 인생의 길을 열어젖히기 위해 TESOL (Teaching English to the Speakers of Other Languages) Diploma 자격증 취득, FIFA (국제축구연맹) Football Agent License 취득, 출판번역 작가로 거듭나기 위해 번역 에이전시를 통해 영어출판 번역 과정 (입문반, 심화반, 실전반)을 거치고 있는 등 인생 제2막 준비는 나름대로 열심히, 착착 진행 중이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재취업을 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였기에 비중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늦은 결혼으로 인해 딸이 아직 초 3에 불과한 것도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ㅋ).


헤드헌터 공고를 통해 이력서를 보냈고 예상대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와 부산에서 KTX를 타고 서울 모처에 위치한 회사로 찾아갔다. 십몇 층이 넘는 본사 건물을 보유한 나름 규모 있는 회사였고 오래간만에 보는 면접에 (거의 15년 만인가?) 살짝 긴장도 되었다. 오랜만에 맨 넥타이도 어색했고, 다니던 회사에서 임원으로 진급했던 터라 임원 면접은 처음이어서 어떤 질문을 받을지도 감이 잘 오지 않았다.


1차 면접은 면접을 총괄하고 있는 경영기획본부장과의 면담이었고 이를 통과하면 회장님과의 면접이 기다리고 있다는 헤드헌터의 귀띔이 있었다. 헤드헌터의 권고에 따라 면접 예정 시간보다 30분 정도 미리 가 경영기획본부장에게 연락을 했고 약간은 무미건조한 경영기획본부장과의 짧은 통화 후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면접 장소로 올라갔다.


나보다 한 두 살 정도 많아 보인 경영기획본부장은 업계 유수의 건설회사에서 임원까지 역임한 후 이 회사로 옮겨왔다고 했고 내가 작년까지 근무했던 회사의 대표이사 및 직장 동료들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이런저런 지난 얘기와 내가 해외에서 FU 했던 사업에 대해 가벼운 스몰토크를 15분 정도 나눈 후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경력이 참 좋으신데 주로 해외 근무와 해외 실적이시다. 회사가 아직 해외 PJ에 참여할 여력과 형편은 안 되는데 혹시 국내에서 개발 사업이나 공공 수주를 하신 경험이 있으시냐"라고 질문을 했다.


순간, 약간은 어이가 없었다. 분명히 이력서를 보았을 테고, 내 이력은 거의 해외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면접에 참석하라고 했을 때는 국내에서의 실적 유무가 주요 포인트는 아닐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기대는 무참히 어긋났다.


없는 사실을 있다고 할 수는 없었기에 , "신입사원 때부터 해외영업 쪽 일을 해온 터라 국내 실적은 솔직히 없다. 하지만 건설업의 특성상 해외와 국내 일이 다르지 않고 관련 지식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라고 답했지만 분위기는 어색했다. (이런 질문을 하려면 부산에 있는 사람을 왜 서울까지 불러 올렸나 싶어서 살짝 화도 났다).


본부장은 '부산에서 오셨는데 고생하셨고 올라오신 김에 지인들도 만나고 가시라면서, 헤드헌터를 통해 회장님과의 2차 면접 여부를 통보해 주겠다'라고 하면서 면접이 끝났다. 면접 후, 소개해준 헤드헌터와 통화를 했고 있었던 내용을 전달해 주면서 이 건은 쉽지 않을 듯싶으니 다음에 해외 쪽 일에 관심이 있는 회사가 있으면 연결시켜 달라고 하면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통화를 마쳤다.


며칠 후,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고 예상대로 '회사에서 고민을 많이 했고, 아쉽지만 회장님 면접은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라는 통보를 해당 회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면서 아쉽다고 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유쾌한 기분이 들 순 없었다. 나만의 오해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사실 면접을 볼 때, 본인보다 나이가 어린 대표이사가 올 수도 있다는 것에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아 보였던 본부장의 말투와 태도 등도 다시금 떠올랐다.


뭐, 별 수 있나?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인샬라 정신으로 버티면서 인생 제2막 준비를 더 철저히 하면서 또 다른 재취업 기회를 물색하는 수밖에... 인연이 아니면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내 무대가 될 수 없고, 인연이 되면 생각지도 못했던 큰 회사에서 일하는 기회를 부여받았던 예전의 경험처럼, 현재 내가 준비하고 있는 일들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시 한번 마음먹고 오늘도 나의 집무실인 스타벅스에서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려 노력하는 내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하다.


인샬라 정신으로 오늘도 ㄱㄱ~


스타벅스 공부.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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