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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그린 Jul 30. 2024

동실아, 남의 자랑은 듣기 싫고 내자랑은 하고 싶어?3

자랑질은 하는 순간 후회할 일이 된다


동실이는 남의 자랑질에는 엄격하고,

은근슬쩍 자기 자랑은 또 하고 싶어 하는데요.

동실이를 이해해 줘야 할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얄밉게 생각하기 전에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건지 물어보고 감정을 알아보도록 할게요.


(동실이는 강아지도 고양이도 아니에요. 동실이의 소개는 1화에서 만날 수 있어요.)










"동실아, 지난주에 SNS에 아들 성적 자랑 사진 올렸다가 5분도 안 돼서 바로 지웠잖아. 그거 왜 올렸고 왜 또 지웠어?"




'하하! 그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니까 내가 좀 부끄럽네.

지난주가 여름방학식 시기였는데 SNS에 애들 성적 자랑 사진글이 마구 올라오더라고.

인친들이 자식 자랑 피드를 올릴 때마다 사실 신경이 좀 거슬려.


아닌 척하면서 은근히 자랑하는 내용도 그렇고, 대놓고 내 새끼 잘났다 하며 올리는 것도 솔직한 맘으로는 다 꼴 보기 싫어.  알아... 옹졸한 거.


나이 들면서 됨됨이 그릇을 넓히려고 매일 책 읽고 좋은 강의를 들으며 노력을 많이 하는데도 여전히 간장 종지야. 그게 그렇게 쉽게 너그럽게 되는 게 아니더라고.

그래도 내 마음이 여유가 있을 때는 '축하한다 부럽다'라고 축하 댓글을 적어주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음에 여유가 없는 날도 꽤 많거든.

딱 그런 날,

자식 자랑, 돈 자랑, 배우자 자랑, 연인 자랑, 외모 자랑 그런 피드가 올라오면 배려심 없는 과시욕과 허세가 먼저 떠오르면서 차단하고 싶을 만큼 속으로 엄청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는 거야.


SNS 같은 온라인 세상 말고도 실제 만남에서도 일어나는 남들의 자랑질을 들어주는 건 너무 힘들어.




"동실이는 누군가 자랑하는 것 자체를 아주 많이 싫어하는구나! 그런데도 왜 아들 자랑 사진을 올렸냐고!ㅋㅋ"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혐오하는 행동을 나도 하더라.ㅋㅋ

방학식날 아들이 성적표를 가져왔는데 가족만 알고 있기에는 성적이 꽤 좋더라고.

축하파티를 하고 성적표 사진을 찍으며 맘 속으로 이건 혼자만의 기록장에 남겨야지 절대 다른 이에게 자랑하면 나빠!라고 내가 분명 다짐했거든?


근데 내 안에 누가 있어... 정말 누가 있는 거야.

SNS는 개인의 근황을 공개할 수 있는 곳 아닌가? 내건데 내가 올리고 싶은 사진 있음 올리면 좀 어때? 하면서 이중잣대가 나오더라고. 하하!


나는 순간 이성을 잃어버렸어.

그리고 은근슬쩍 자랑질 피드를 올리고야 말았지.

사진을 올리면서도 나의 한쪽 이성이 소리 지르고 있었어.

너 이런 거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남들도 꼴 보기 싫어할걸? 지금이라도 멈춰라!라고...


내면의 갈등을 이겨내면서까지도 그 자랑질 피드를 올려놓고는 '좋아요''축하댓글'을 기다리고 있더라고.

그 모습을 지나가던 가족이 봐 버렸지 뭐야.

"와, 이건 좀 심하지. 너무 자랑 아냐?"라고.

그렇게 지나가는 한마디가 너무나 크게 들려 순간적으로 정신이 돌아왔어.


피드를 급하게 삭제했고, 내가 왜 그랬지!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한심하게 바라봤지.


그렇게 남들의 자랑질을 혐오하더니 그건 거울 속 나의 속마음이 비친 남들의 모습이었던 거야.

나도 자랑하고 싶은데 나는 어떻게든 참고 사는 건데, 남들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자랑을 하고 나는 그걸 또 사람 좋은척 축하나 하며 살아야 하는 상황에 착한 병과 양심보가 억울해서 그렇게 싫었던 거야.



"아... 그때 동실이가 자랑피드를 삭제했던 이유는 가족들이 정신을 차리게 해 줘서였구나. 가족들은 별생각 없이 지나가듯 말한 거 같은데 그 한마디에 동실이의 배려와 양심의 힘이 다시 커졌었나 보다.

다행인 건가? 지금 생각해 보면 어때?"



' 응, 그렇게라도 빨리 삭제한 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나의 자랑테러에 급작스럽게 공격당한 아들과 같은 나이의 인친들이 있어서 무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래도 사라진 피드를 보며 미안한 마음이 좀 전해졌으면 하고 바랄 뿐이야.

자랑하는 그 당시에는 뭔가 대단하게 바라봐줄 것 같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하게 되는데 당해본 나로서도 오히려 그 반대의 마음일 때가 훨씬 많았어.

자랑은 사람을 잃게 하는 최악의 행동인거지.


특히 내 상황이 그 자랑과 동떨어진 안 좋은 시기에 그걸 겪는다면 상대를 진짜 미워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쓸데없는 자랑질은 정말 백해무익이야.

특히 아이 키울 때 자식자랑이 제일 무시무시하지. 나는 정말 바보 같은 짓을 5분 저질렀어.

이제 안 그럴 거야.'




" 동실이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깊은 곳에 있지만 참고 사는 건데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외부로 드러내는 게 억울하기도 하고 속의 미성숙한 부분이 거울처럼 비치는 게 불편하고 싫었던 거구나.


그리고 자랑을 잘못하면 최악의 상황에는 좋은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네.


동실이는 잠깐 이성을 잃고 이상행동을 하긴 했지만ㅋ그래도 깨달은 바가 있으니 좋게 받아들이자. 

이렇게 속마음을 듣고 나니 동실이를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네.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고 또 성숙해져 가는 모습에 오히려 흐뭇한데?"



'그래? 이렇게 성숙해져 가는 건가? 나쁘게만 말하지 않아 줘서 고마워!

나도 여기에 속마음을 털어놓으니 이제 마음이 놓인다.

실제 만남 속에서 말만 조심하면 되겠지 했는데 앞으로는 온라인 세상 속에서 글도 조심하며 살아야겠어.

그리고 어디까지가 자랑인지, 어디까지가 소개이고 근황인지 잘 생각하고 정리해 보려고 해.'











내 안의 동실이가 실수했다고 치고 질문하고 답하며 속마음을 들여다봤는데요.


남들에게서 싫은 부분은, 사실 내 속의 억눌린 부분에 대한 것이 많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가만히 살펴보면 나의 싫은 어떤 부분의 거울이 맞는 것도 같고요.


이번에도 동실이와 대화하며 속마음을 들으니 아주 조금 성장한 것 같습니다. 참 좋은 친구 동실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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