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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그린 Nov 16. 2024

블로그 인플루언서 결국 또 낙방

불합격 이메일은 빌런

(동실이는 강아지도 고양이도 아니에요.

동실이의 소개는 1화에서 만날 수 있어요.)











안녕! 나야 동실이.

오늘은 처음으로 내가 먼저 너를 불러본다.


나는 몰랐어.

언제나 네가 안에 있는 나를 생각하고 불러줘야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나는 네 안에 그것도 가까이에 있었더라.


네가 일상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때 가까운 곳에서 나도 똑같이 느끼고, 한번 더 생각하고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있었어.

 

너는 내게 이름을 지어줬는데 나는 너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생각해 봤어.


너를 '하루'라고 부르고 싶어.

나의 하루, 넌 우리의 하루야.

어제 조금 우울했지. 지금은 괜찮니?







동실아 안녕! 고마워!

하루라는 이름이 정말 맘에 든다.

현실 속 이름이 있지만 글에는 적을 수 없어서 늘 주어가 빠진 느낌이었는데.

드디어 나에게도 글 속 이름이 생겼구나.

고마워 동실아! :D


동실이가 먼저 말을 걸다니 놀랍다.

어제 이메일을 확인하고 침울해진 나를 알아챈 거구나!

이제는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용기 내서 블로그 인플루언서 지원을 했는데 여전히 부족하다고 하네.


완전한 확신을 갖고 도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불합격'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몸의 기운을 한순간에 삼켜버리는 빌런이네.

누구에게도 표시 내지 않았지만 머리와 마음속으로 괜찮다 괜찮다를 되뇌며 더 침전되지 않게 나를 붙잡았던 어제 오후였어.


그리고 오늘은 많이 괜찮아졌어!

역시 충분한 수면과 흘러가는 시간이 최고의 치유제야.

도전했는데 너무 쉽게 되면 그게 무슨 도전인가? 막이래.ㅎㅎ


동실아 너는 알지?

왜 인플루언서가 쉽게 되지 못하고 있는지.


내가, 아니 우리가 관심 있어하고 좋아하는 분야가 한 가지가 니잖아.

한 가지 주제에 관해서만 지속적으로 글을 올려야 인플루언서로 인정받는 건 내겐 가혹한 일이야.


음식과 여행, 책, 영화, 새로운 물건들 그리고 공유하고 싶은 다양한 정보들까지...

나는 있잖아. 나의 공간에 남기고 싶은 글이 너무 많아서 주제만 계속하는 게 어렵더라고.


오랜 기간 정성껏 진심을 다해 글을 적었고 최근에 확인해 본 결과 블로그 전체 순위가 상위 0.9%라고 하지 뭐야.

그래서 혹시나 이젠 가능하려나 했는데 여전히 승인법칙에는 변함이 없더라고.


어쩔 수 없지. 내가 욕심을 줄이거나 종합 인플루언서라는 분야가 생겨야 가능하겠구나 생각했어.


나의 블로그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글과 사진으로 가득하고 많은 사람들이 들르는 밝은 공간인 것은 어제 결과를 받기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단지 내 마음만 자신감 떨어진 상태였다가 제자리로 돌아온거지.


동실아 난 그냥 지금처럼 하고 싶은 걸 할래.

그들이 정해놓은 승인조건에 내 생각을 끼워 맞춰서 살지 않을래.


과거 성공의 삶이라고 정해둔 일상틀 속에서 바쁘게만 살던 나를,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로운 삶으로 옮긴 후 만족을 하고 있는 지금 나처럼. 

글을 쓰고 만족하고 행복함으로 위안을 얻을래.







하루야! 우리는 아직 뭔가를 계속 찾아가는 중이잖아.

그 많은 관심사 중에 무엇을 가장 오래도록 끝까지 좋아할지 그걸 몰라서 네가 나에게 물어도 나도 확실한 답을 해주지 못했거든.


급할게 뭐 있겠어.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정말 좋아하는 이 뭔지 계속 알아가자.

그리고 인플루언서 좀 없으면 어때.

너는 그거 없이도 충분히 인정받고 있잖아.

내가 널 인정하고 있고, 가족이 알아주니 괜찮지 않아?

예전에는 하루가 내 맘을 알아채주고 잘해주려고 했었는데 이젠 우리 서로 해줄 수 있겠다.


너와 나의 하루가 오늘도 빛나기를,

너의 안에서 오늘도 힘껏 응원하고 있어.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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