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기대 사이, 엘살바도르로 향하다
나는 죽기 전까지 몇 개의 나라에 가볼 수 있을까? 언제부터 내 운명에 엘살바도르가 들어왔을까? 엘살바도르라니. 스페인어를 전공했어도 공부든, 여행이든 인연을 맺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중미의 작은 나라. 라틴아메리카 축제에나 가서 전통의상과 음식을 맛보고도 큰 관심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엘살바도르에 와있다.
남편과,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되는 딸아이와 함께, 부치는 짐 7개, 기내용 수하물 3개, 그리고 각자 배낭 하나씩 메고 한국을 떠났다. 인천공항에서는 캐리어 10개를 카트 3개에 나눠 싣고 부모님 손을 빌려 옮기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환승할 때와 엘살바도르 도착해서는 카트 크기도 한국보다 작았고 남편과 둘이서 나눠 옮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걱정했던 것보다는 수월하게 엘살바도르에 도착했다.
만 40세에 엘살바도르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 지원서를 쓸 때, 서류합격을 했을 때, 면접 볼 때, 국내교육을 받고 신체검사를 할 때, 최종합격을 하고 나서도 고민과 고민의 연속이었다. 엘살바도르에서의 삶은 괜찮을지, 이 일을 하고 나서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지, 아이는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한국에서의 신변정리는 어떻게 할지 등등. 출국하기 전 네이버, 구글, 유튜브에서 엘살바도르를 검색하고 연관 검색어로 나온 게시물까지 샅샅이 찾아보았다. 봉사자, 출장자, 주재원, 여행자 신분으로 엘살바도르에서의 생활을 기록해 놓은 블로그를 보고 우리 가족의 삶을 상상해 보았다.
초대형 교도소 CECOT, 법정화폐 비트코인, 나라 이름보다 대통령이 더 유명한 나라. 중남미 대륙에서 면적이 가장 작은 나라. 높은 살인율로 악명이 높았지만 2019년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취임 이후 갱단 소탕작전으로 치안 상황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10년 전 10만 명당 살인율이 100이 넘었는데 이젠 2023년 기준 2.4명 수준. 참고로 한국은 1.6. 핸드폰을 손에 들고 길을 걷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해가 진 후에도 산책과 조깅이 가능하다. 시내에서는 저녁부터 자정까지 시끌벅적한 행사가 이어진다.
엘살바도르의 첫인상은 합격이다. 날씨는 따뜻하고 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도 나쁘지 않다. 기대되는 엘살바도르 1년 살이. 재미있게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