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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큐스 대신 솔루션을

<신인감독 김연경>을 보다가 머리를 맞다

by 이지안

최근에 재밌게 보는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을 보다가 띵-하고 한 대 맞은 장면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뭔가에 이유를 대잖아. 이유를 100가지도 댈 수 있어. 그게 루저 마인드야. 자꾸 핑계 대고. 자꾸 이유 대고. 루저 마인드. 이런 약한 모습을 안 보고 싶다는 거야. 너 자신을 크게 생각해. 할 수 있다니까 충분히.

타협하지 마 타협. 타협 뜻 알아? 자꾸 익스큐스(변명)을 하지 말라고, 익스큐스가 아니라 솔루션(해결책)을. '이렇게 했으면 됐을 텐데 아쉽다', '이렇게 해서 다음에는 제대로 해봐야겠다' 익스큐스를 솔루션으로 바꾸라고. 마인드 자체를. 그래야 큰 선수 돼."

<신인감독 김연경 中>


감독 김연경이 인쿠시라는 선수에게 조언을 해주는 장면이었다. '익스큐스 대신 솔루션을' 이라는 말이 마음속에 깊게 남았다.


최근 몇 달간 일에 몰입을 못하고 있다. 항상 그렇듯 시키는 일은 기한 내에 수행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외부에서 내게 바라는 업무 기대치이다. 하지만 스스로 바라고, 원래 수행했던 일의 기준은 그 정도가 아니다. 업무 몰입도가 훨씬 높았다. 꼭 업무 시간이 아니더라도 평소에도 내가 하는 일과 주제에 관심이 쏠려 있었다. 푹 빠져서 일했고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감정을 언제 느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유는 많다. 제한된 시간 내에 복잡하고 어려운 업무를 해야 했다.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뒤따랐다. 혹은 업무가 잘 진행되지 않거나 질질 끌리는 일이 많았다. 진척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업무의 결과물이 구현되는 걸 실제로 체감하기 어려웠다. 내가 한 일의 효능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업무 외적으로는 아이가 생기면서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를 아이를 돌보는 데 많이 써야 했다. 뭔가를 새롭게 시도하거나 공부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줄었다. '아이를 돌보느라',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라는 명분으로 업무 몰입도가 낮아지는 것에 대한 면죄부를 스스에게 주었다.


그런데 김연경의 조언을 들으며 이 모든 것이 핑계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주하고 싶고, 주저앉고 싶은 명분을 스스로 찾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아이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업무 몰입도를 낮추는 것이 과연 올바른 사고방식인가 고민이 됐다.


반드시 일 혹은 가족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지금 상황을 바라봐야 할까? 올해 읽었던 김성준 교수님의 책 <전략적 사고의 11가지 법칙>에서는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하라고 말한다. 'A 아니면 B'가 아니라 'A와 B 중간의 어딘가' 같은 중재안을 찾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사고방식이라고 말한다. 김연경 식으로 말하면 핑계 대고 안 되는 쪽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그걸 해결하고 바꿔갈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일과 가족,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상황에 대입하면 현재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은 맞다. 분명히 전보다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군가 나의 상황을 바꿔주기를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것인가. 마치 성에 갇힌 라푼젤처럼 누가 와서 구해주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릴 건가? 그 누구도 나를 구제해 주지 않는다.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다.


현재 상황이 어렵다면 그걸 핑계 삼아 주저앉기보다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어떻게 좀 더 나은 상황으로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익스큐스 대신 솔루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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