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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 쿤데라 May 16. 2024

아네스의 노래

복잡한 삶, 복잡한 인간관계를 싫어한다. 피곤하고, 소모적이고 무의미하다고 느껴진다. 누가 어쨌고 저쨌고 이랬고 저랬고 그런 것에 얽히기 싫다. 내 삶과 주변의 인간관계가 복잡해지길 허용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삶은 개인의 뜻대로 통제되는 것이 아니고......


주변 사람들의 어두운 모습을 본다. 어릴 적 강아지를 무척 좋아했는데, 언젠가 강아지가 보는 세상은 흑백이라는, 개들은 모두 색맹이라는 말을 듣고 꽤나 큰 상처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들의 악한 모습을 본다. 남들에 비해 슬픔을 그리 자주 느끼는 편은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때 나는 창백한 슬픔을 느낀다.


마냥 순수한 사람은 아니다. 순수한 면이 있지. 선한 우리 가문 내에서 피상적으로 보았을 때 거의 유일하게 악함을 담당하고 있는 나도 엄마를 닮은 면이 있어 세상의 밝고 깨끗한 것만 보고파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마냥 그렇지 않고...... 삶이 의도찮게 복잡해질 때면 나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들과 이창동 감독의 영화들을 떠올린다. 그것들은 나를 도와준다. 그래도 나는 주변의 복잡해 보이는 것들을 이해하려고 나름 노력한다고......


아마 내 삶, 내 머릿속은 주변의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단순할 것이다.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한 이야기들은 주변에 꽤나 많은 것 같고, 그런 이야기들을 어쩌다 우연히 듣게 되면 흥미롭기는 하지만 막 궁금하거나 그렇지는 않다. 삶의 대부분의 것들을 금방 잊어버리고...... 스스로의 행복보다는 쾌락과, 이상을 추구함으로부터 오는 공허한 갈망에 사로잡혀 흘러가는 젊음이다. 삶이 그리 아깝지 않기에 낭비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지만, 여러 차원에서 농담 빼면 시체인 내 생에 악함은 종종 있어도 악의는 거의 없다.


평범한 삶도 진짜 어려운 거랬어. 에너지의 한도는 주변을 이해해 보려 노력하려고 시도할 수 있는 역치 그 경계 언저리인 듯하다. 삶은 요새에야 그나마 겨우 피부에 닿아있다가도 금세 다시 허공으로 돌아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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