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물이 빠졌다. 하루 만에 다. 9월부터 수영장은 두세 달간 천장공사에 돌입한다. 지을 때 당시 부실공사를 했는데, 비리가 있었다는 것이 직원들 사이에선 확신되고 있다. 천장에서 나사못들이 떨어지고, 바닥에선 유리조각도 발견 된다. 비가 오는 날이면 물이 떨어진다. 사기업이었으면 2주 만에 끝낼 공사를 공기업이 맡아 3달 동안 한다는 말도 있다.
물이 항상 차 있던 5m 다이빙 풀에 물이 빠지니 살벌하다. 깊은 물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만, 살릴 수도 있구나.
아무도 없는 수영장은 많이 봤지만, 물 빠진 수영장은 처음 봤다. 물이 소리의 울림을 흡수하는 것일까, 작은 소리도 길게 울리며 메아리쳤다. 수영장은 예상외로 금세 건조해진다.
난, 어른들의 세계는 매우 복잡해서, 좌회전을 하고 싶은 차는 어떠한 이유에 의해 오른쪽 깜빡이를 켜는 것이 규칙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며 지레 그 복잡성에 겁을 먹는 아이였다. 지금도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적어도 지난 몇 개월간 내가 경험한 어른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가령 스쿠버 다이빙과 사업, 돈 등 속세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이는 그 사람이 끊었던 담배를 피우고, 소주 냄샐 풍기며 들어온 날 내게 '넌 꿈이 뭐냐?'라는 질문으로 실존 비슷한 것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기도 하는 것이고, 마흔이 다 되어가는 발 넓고 잡지식이 많은 다른 사람은 밥을 먹으며 풀이 죽은 말투로 '나도 꼭 피아노 배워볼 거야.'라며 자신의 꿈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