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어둠과 더불어 추위는 죽음의 공포, 내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한다. 은은하고 잔잔하게. 무언가 매우 상투적이지만 추위는 그렇다. 더운 것과는 좀 다른 듯해. 조그마한 소리에도 한 박자 늦게 흠칫 놀라는 상태가 될 만큼 잠이 부족한 상태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세상이 공격적으로 다가온다. 나 역시 두려움에 예민해지고 겁에 질린 고슴도치처럼 마음을 웅크린 채 방어이자 공격을 할 준비를 한다. 어쩔 수 없이.
2017년 3월, 대한적십자사 수상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땄다. 듣기로 1, 2월엔 워낙 추우니 수영장 내부와 물을 난방으로 데운다는데, 3월엔 이제 날이 좀 풀렸겠다 난방을 모조리 껐다고. 그러니 일 년 중 수영장이 가장 추울 때가 바로 그즈음이라고. 매일 훈련에 가자마자 2시간씩 레인을 죽도록 도는 것이나, 구조 기술 혹은 이론 등의 어려움, 호통 치는 강사들이 5m 깊이의 물속으로 우리를 끌고 들어가는 훈련 등은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졌다. 그러나 추위는 적응이 안 되더라. 아마 추위에 감각적으로 적응해 버린 조상들과 그 자녀들은 이미 도태되어 없기 때문이겠지. 그만큼 추위는 호모사피엔스 개체 생명의 보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리라. 맞나? 아니면 우리의 유전자의 그것과 인가....... 좌우간
내가 무언가 기대를 하기엔 세상이 아직 구리고 재미없는 것은 아닐까? 아니, 그런 측면이 있는 것이지 그렇게 매도하는 것은 진실과 그리 가깝지 않을 수 있겠다마는. 음,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기에, 어떤 기질을 타고났기에 이토록 강력한 허무주의에 사로잡혔을까. 근데 그게 나쁜 건가? 그러하다면 나쁜 건 어떠한가? 뫼르소, 오, 뫼르소.
나 자신과 세상을 관찰하는 것에 가끔 미미하고 일시적인 관심을 보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리는. 그럼에도 호모사피엔스의 본능과 욕구는 살아있는. 이상하다 이상해. 건강하다는 건 정말 뭘까. 그것도 이상한 거 아닌가?
음, 그 인류가 축적해 놓은 학문 같은 것들 중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깊이 공부해 본 적이 없고, 진짜 맘 안 나고 뭐 그래서 그냥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결국엔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예술과 인문학이라고 불리는 뭐 그런 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구원할 수 있는 거의 유이한 무언가 들이 아닐까? 만약 우리의 마음이 구원받을 수 있고, 또 구원받아야 할 무언가라면 말이지.
잘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 그것 또한 정말 큰 용기다.
또 이상하고 별로인 글 써버렸네......
24.02.26.
두 주 연속의 피정 봉사가 끝난 다음 날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