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모처럼 시간을 내어 청도를 다녀왔습니다.
5일과 9일에 열리는 청도 전통시장이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국밥 한 그릇을 먹고, 호떡도 사 먹으면서 시장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하던 중, 우연히 지나가는 시골 마을버스에 ‘청도 유천 마을 근대 거리’라는 지명이 적힌 것을 보았습니다.
순간 무작정 그 버스를 타고 싶어졌습니다.
시골마을에서의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충동적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죠.
버스 안은 소박하고 편안한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두 할머니께서 장에서 이것저것 사신 물건들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모습이 정겨웠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30분이 훌쩍 지나갔고, 할머니들은 청도에 대한 추억과 고향의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그렇게 따뜻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유천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청도 유천 마을, 시간이 멈춘 듯한 근대 거리
유천 마을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1970년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마을은 그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듯했습니다. 오래된 정미소, 낡은 양조장을 개조한 사료 판매소, 그리고 그 시대 최신 가전제품이었던 금성 TV를 수리하던 중앙 소리사까지, 이곳에 서면 어렸을 적 할머니 댁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을 곳곳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성과 사람들의 소박한 생활이 마음을 훈훈하게 해줍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은 이 거리에서는 한가로이 걸으며 여유를 만끽하기에 딱 좋았습니다. 이곳에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동안이라도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도 유천마을 근대거리를 방문 후 떠나는 발걸음은 왠지 모를 무거움으로 가득했습니다. 활기 넘치던 옛 거리의 모습을 기대했건만, 이내 마주한 것은 쓸쓸히 시간에 잠겨버린 한적한 시골마을이었기 때문입니다.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진 적막한 거리를 걸으며, 그 공허함에 절로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깊게 배어든 오래된 건물들은 이제 옛 영광의 그림자만을 간직한 채, 쓸쓸히 시간의 풍파를 견디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유천마을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그 적막 속에서도 여전히 과거의 향수를 품고 있는 거리의 정취가,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마음 한편에 깊이 남아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그 거리에서, 저는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에 서 있는 듯한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주는 아련한 울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유천마을은 떠났지만, 그 거리가 전해준 감성과 여운은 오래도록 제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 쓸쓸함 속에서도 고스란히 간직된 시간의 흔적들이, 언젠가 다시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되기를 조용히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