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2
내가 사는 집은 35층짜리 고층 아파트의 10층이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딱 한 대밖에 없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1층에서 탈 때도, 우리 층에서 탈 때도 엘리베이터가 오기까지는 언제나 한참 걸린다. 어느 때는 직전에 이용한 애꿎은 이웃들에게 불만의 화살이 돌아가기도 한다. 특히 택배 배송과 겹칠 때는 층마다 서는 엘리베이터에 짜증이 더 커진다. 내 앞으로 배달된 물건도 있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얼마 전 불만과 답답함만 안겨주던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외출했다가 돌아와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지하 주차장에서 타고 올라오던 한 아저씨와 마주쳤다.
9층 버튼이 눌러져 있기에 9층으로 가는 줄 알았지만 아저씨는 내가 10층을 누르자 돌연 9층 버튼을 한 번 더 눌러 껐다. 아저씨의 의아한 행동에 '층수를 잘못 눌렀었나? 옆집에 온 손님인 가?' 하고 생각하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내가 사는 10층에 멈췄고 아저씨도 함께 내렸다.
그런데 옆집으로 향할 줄 알았던 아저씨가 계단으로 가더니 한층 밑으로 걸어 내려가는 게 아닌가. 9층이 집인데 윗집 사는 이웃이 더 편하도록 한 층 정도는 걸어 내려가는 것이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순간,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어떻게 하면 이웃을 더 배려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그동안 내가 불편하다고 불평만 늘어놓은 것이다.
오로지 나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아래층 이웃의 배려심과 비교돼 얼굴이 홧홧 달아올랐다.
그날 이후로 난 더 이상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짜증 내지 않는다. 누군가와 함께 타면 상대가 버튼을 누를 때까지 기다린다. 목적지가 1, 2층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으면 걸어 올라가거나 내려온다. 이웃도 배려하고, 다리도 튼튼해지고, 전기도 절약되니 여러모로 유익하다.
조금씩 체력이 늘어 나중에 10층 이상 차이가 나도 이웃을 먼저 들여보내고 씩씩하게 계단을 오르내릴 날이 오지 않을까? 그날을 상상하면 불만 대신 즐거움이 맘속에 가득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