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노라고 불러줘

by 기노

내 이름은 기노다. 기노는 이름이다. 기노는 받침이 없다. 기역과 니은이 있을 뿐이다. 순서가 있는 것인가?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 나는 한국 사람이다. 내 오른쪽 무릎에는 코끼리가 산다. 최근에 있었던 일인데 길에서 노숙자를 보았다. 그러니까 나를 기노라고 불러줘.



기노의 유래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다. 단편 중에 기노가 있다. 기노는 중간에 있고 끝에는 없다. 기노는 사람 이름이다. 기노는 가게 이름이다. 기노는 상처받은 자의 이름이다. 이제 내가 기노를 가졌다. 나도 모르게 빼앗아 버렸다. 원숭이처럼.


기노에는 회색 고양이가 등장한다.

기노는 삭발한 남자를 유심히 바라본 적이 있다.

기노는 몸에 상처 난 여자와 잤다. 그 여자는 빌리홀리데이를 좋아했다.

기노에는 뱀이 등장한다. 뱀이 너무 많아서 내 꿈속에도 자주 등장한다.

어느 순간 회색고양이는 사라지고 없다.


사실 말이다. 나는 야망이 있는 남자다. 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서 나는 기노가 되어야 할 운명이다. 기노라는 가게를 오픈해야 할 운명이다. 봉천동에서, 지하에서. 완전히 아래에 있는 지하에서. 그곳에는 계단이 분명한 숫자로 존재한다. 우리는 그것을 밟고 내려가야 한다. 뒷통수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하에는 창문이 없다. 빛이 없다. 산소가 없다. 미래가 없고 시간이 없고 공간이 없다. 능력이 없고 돈이 없고 시력이 없다. 슬픔이 없고 분노가 없고 관념이 없다. 이미지가 있다. 살아 숨쉬는 어떤 이미지가 내 눈앞에 있다.


봉천동은 낭만이다. 제2의 고향은 봉천동이다. 절대로 이름을 바꿔선 안 돼. 어딘가에 살아 숨 쉬는 판자촌을 기억해. 시장에서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기억해. 그것을 피하려고 움직이는 사람들을 기억해.

봉천동은 좋은 곳이다. 기노가 존재해야 할 바로 그곳이다. 봉천역 4번 출구에는 뻐꾸기가 살아요.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기린은 초식동물이다.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포유류이며, 지상에서 가장 목이 긴 동물이다. 수컷은 보통 5~6 미터이며, 암컷도 4.5미터를 넘는다. 긴 목은 일곱 개의 목뼈로 구성되어 있다. 기린은 주로 아카시아나무 잎을 먹는다. 혀는 길고 검은색이며, 40cm 가까이 된다. 뾰족한 가시를 피하고 잎만 먹는다. 하루에 30kg 가까운 잎을 뜯어 먹을 수 있다. 기린은 무리를 이루고 살아간다. 수컷들끼리는 목을 휘둘러 싸우기도 한다. 그것을 넥킹이라고 부른다. 기린은 육식동물의 표적이 되기도 하지만, 쉽게 잡히지는 않는다. 뒷발로 차면 사자도 크게 다친다. 달리기는 느릴 것 같지만 시속 60km까지 낼 수 있다. 기린의 심장은 무겁고 힘이 세다. 심장에서 뇌까지 피를 올려보내기 위해서. 잠은 하루 두 시간 정도 잔다. 가끔 눈을 뜬 채로.


기린은 노란색이다.

문득 기린이 생각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