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이면 늦게 일어날 만도 한데,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는 우리 아이는 아침형 인간임에 분명하다.
늘 그렇듯 아침 뽀뽀로 하루를 시작하고,
그날 놀잇감을 스스로 가져와서 뭐가 그리 재밌는지 한바탕 놀이가 시작된다.
주말만큼은 마음껏 놀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책은 잠시 뒤로 미루어둔다.
아침을 준비하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려던 찰나..
‘내가 할게~ 내가 탈 거야~’
커피 타는 것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지환이는 무엇이든 자기가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이것도 아이의 성향이니 존중한다.
나는 웬만하면 무엇을 하려고 하는 아이를 제지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해보고, 깨닫고, 느껴보고,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뜨거운 물이 없기 때문에 걱정 없이 아이에게 맡긴다.
그러면 콧노래를 부르며 커피를 탄다.
그렇다고 모든 일에 방관하는 것은 아니다.
위험한 물건이나 다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단호하게 제지한다.
그런 상황에서 가끔 울기도 하는데 그럴 땐 왜 그런지 설명하면서 꼭 안아준다.
아이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더 많이 설명해 주고 안아주곤 한다.
그날도 평소와 같은 그런 주말 아침이었다.
커피를 타겠다고 고사리손으로 컵에 커피를 담고,
물을 조심스레 따르고,
얼음도 넣고 티스푼으로 휘휘 젓는다.
‘아빠 마셔~ 사랑가루를 뿌려서 맛있을 거야~‘
사랑가루라고??
사랑가루를 뿌렸다고??
겨우 4살이 된 아이가 사랑가루를 뿌려 만들었다며 아빠, 엄마에게 준다.
저런 표현이 가능한 건가??
‘사랑가루가 뭐야?’
‘아빠, 엄마 사랑하는 내 마음이야. 커피에 탔어~ 그게 사랑가루야‘
내 나이 43살과 40살의 아내가 낳은 아들이,
말하는 것이 또래보다 뒤처져 늘 안타깝던 아들이
이런 표현을 하다니..
우리 부부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표현력이 남들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
말을 늦게 해서 걱정시켰던 마음이 생각나서가 아니라
자신의 온 마음을 다해 만들었을 커피 한잔이
우리 부부에게는 너무도 감동스럽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을 때면 더 이상 안 먹겠다고 거부하는 때가 있다.
우유를 많이 마시거나, 간식을 많이 먹는 경우 특히 그렇다.
그럴 때면 나는 늘 이런 말을 한다.
‘지환아, 아빠 가 사랑가루를 엄청 듬뿍 뿌렸는데 이거 한 숟가락만 더 먹자? 알았지?’
‘아빠 사랑가루 듬뿍 뿌렸어?? 그럼 먹어야지’
마지막 한 숟가락을 입에 가득 넣고 세상 밝은 얼굴로 웃는다.
아빠, 엄마에게 너는 세상 둘도 없는 사랑이야.
세상 가장 맛있는 사랑 가루를 알게 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