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화마을과 병산서원이 서신을 주고받는 오솔길가 논에 논물이 들었다
하회마을 뒷산으로 오르는 길가 논에
황톳빛 논물이 들었다
논물 거울에 얼굴 기웃대는 흰 구름을 따라
다리 날씬한 소금쟁이 발걸음이 바쁘고
골뱅이 훔쳐 먹은 월세도 내지 않은 백로가
비린 주둥이를 주억주억 논물에 씻고 있었다
줄지어 들어온 어린 벼들이
조물조물 재잘재잘 자리를 잡았다
건들건들 벼를 쓰다듬는 바람은
찔레 향이 좋았고
지난밤 논물에 잠긴 별빛을 주워 모은 조뱅이는
분홍과 보랏빛 어디쯤의 왕관을 만들었다
감꽃 주워 풀에 꿴 소년의 마음이
그녀 손목에서 아이보리빛 보석으로 빛났고
이들의 높은 음정 웃음이
논에 이불 되어 덮였다
논물 든 5월의 논은
참으로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