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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따라 시간을 거니는 여자들의 '삼남대로' 이야기

[첫 번째 길] 한양관문길, 인덕원길

by 신우선

삼남대로란, 서울 숭례문에서 삼례, 전주, 태인, 정읍, 나주, 강진을 거쳐

해남의 어진항에서 제주에 이르는 도로를 이르는 말이다.


여자 셋이 시작해서 여섯 명의 걷기 도반이

코로나 시국을 관통하며 걸었던 길,

폭염을 피해 잠시 멈춘 시기를 포함해서 꼬박 2년을 걸어

제주 조천포를 거쳐 관덕정에서 끝을 맺었던 천릿길을 더듬어 간다.


그림도 초보였던 시기

스스로를 '걸사녀(걸어야 사는 녀자)'라 칭하고

콧등을 빨갛게 물들이던 1월의 칼바람을 이고

남쪽으로 향하는 큰 고개라는 남태령 옛길에서 인증 사진을 찍은 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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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길 한양관문길(남태령표지석-온온사-과천향교-가자우물-인덕원)

우화루, 감국, 햇살바람 여자 셋이서 경기도 삼남길의 시작점에서 첫 발을 내디뎠다.

언제 봐도 반가운 걷기 도반들, 남태령에서 만나 표지석에서 한 컷 기념사진과 스탬프를 찍고 수다스럽게 길을 나선다. 꽁꽁 얼어붙은 계곡을 건너고 과천성당을 지나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을 참배하고 가는 도중 휴식을 취했다는 온온사에 도착했다.

경치가 좋고 쉬어가기 편안하다는 뜻을 담고 있는 온온사, 학구파 햇살은 사진 찍기 바쁘다.

온온사와 함께 한 은행나무가 서로를 의지하며 지나온 세월을 과시하듯 위엄을 갖추고 서 있다.

우리들의 우정만큼이나 다정해 보인다.

물맛이 훌륭하다 하여 벼슬을 내렸다는 가자우물, 지금은 그 물 맛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제2길 인덕원길(인덕원터-학의천-백운호수)

인덕원은 과천, 안양, 의왕을 잇는 삼남대로 교통의 요지로 이 일대 조선시대 내시들이 살았던 마을로 주민들에게 많은 덕을 베풀었다 하여 인덕원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길, 유배 가던 길...어떤 이는 웃고 어떤 이는 울고 지나갔을 길이다.

과천에 직장을 두고 인덕원을 들락날락하던 시절, 그때는 몰랐던 인덕원의 유래를 알 수 있는 지금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기대감과 상상력으로 새로운 감정과 의식이 싹트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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