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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길]

모락산길, 서호천

by 신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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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호수 위로 물안개가 자욱한 조용한 아침, 강아지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세종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 묘를 지나

늦은 점심으로 숯불 고추장불고기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걸음을 재촉한다.

말간 햇살이 어깨 위로 쏟아져 내린다.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이 이런 길일까? 푹신한 낙엽 밟는 느낌이 좋다.

의왕 시가지 쪽으로 가다 정조 능 행차길의 중요지점인 사근행군터를 지나 소나무 숲길을 만났다.

골사그내, 지지대 비각을 지나니 수원으로 접어든다.

함께 걷는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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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주막이 있었을 것 같은 곳에 삼남길 쉼터가 있었지만 그냥 지나친다.

숲길을 따라 걷는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숲길을 근처에 둔 동네 주민들이 슬그머니 부러워진다.

지지대고개를 넘어 해우재에 들려 곰돌이 응가하는 모습을 따라 하며 하하 호호,

걷는 이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조각품들을 보니 18세 소녀처럼 수줍다.

지나며 만나는 풍경으로 일상의 고된 두께가 머물다 사라진다.

저무는 빛이 말없이 스러져가며 우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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