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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길]

역사를 산책하며 옛 그림자를 밟다

by 신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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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천의 모습이 평화롭다.

겨울날의 서호천은 수묵화처럼 고요하다.

봄날, 만개한 벚꽃에 혼을 뺒길만한 길,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 노니는 가마우지가 서호천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탠다.


순종황제가 융건릉 참배 후,

축만제 둑길을 지나 차를 마시며 쉬어갔다는 향미정.

중국 시인 소동파의 시구에 '서호는 항구의 미목 같다' 고 읊었다는 흔적을 본다.


오산천의 얇은 살얼음 사이로 졸졸 흐르는 냇물 소리가 정겹다.

지금은 산책로로 쓰임을 다하고 있는,

수원과 인천을 오가던 협궤열차 길이였음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난다.

비록 일제가 우리의 미곡과 소금을 실어 나르기 위함이었으나

많은 이들의 삶의 무게와 추억을 싣고 천천히 달렸을 열차,

소래포구의 낭만을 쫓아 들락거리던 시절의 협궤열차와의 기억이 선명하다.


금강산도 식후경

뜨끈한 해장국으로 요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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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을 따라 걸어 용주사에 도착했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향한 정조의 효심이 깃든 화성효행길,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을 간직했던 정조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부모님의 부재로 인해 고아로 살아가는 지금 나는 또 어떠한가.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친

권율 장군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독산성을 한 바퀴 돌아보니

오산, 동탄, 화성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세마대에 올라 바라본 하늘은 파랑 물에 스며들었다.



아무 때나 찾아오는 바람이 봄을 싣고 왔나 보다.

옷차림이 제법 가벼워진 사람들

도심 한가운데 걷기 좋은 숲길을 따라 오른다.

약수터를 지나면 유일한 관립 공자 사당인 궐리사 툇마루에서

지친 두 다리를 쉬게 한다.

버드나무에 연둣빛 새순이 돋고

매화 향이 곳곳으로 봄소식을 전달하는 날

오산천을 지나 맑음 터 공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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