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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길]

길에서 점심을 해결하다

by 신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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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옛길 과 함께 가는 삼남대로

오전 내내 쉼 없이 걸어걸어 진위면 사무소 도착!

조금만 가면 식당이 나오리라는 믿음으로 쉼 없이 걸었건만

간간이 보이는 식당마다 "일요일은 쉽니다"

유리창에 종이 한 장 달랑 붙여놓고 우리의 배고픔을 외면했다.

아... 이런... 낭패다.

꼼꼼한 성격의 막내 햇살이 준비한

쑥떡으로 배고픔은 면했지만

오후 남은 일정을 생각하면 에너지가 필요했다.

멀리 편의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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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속 편의점 안에서 먹는 컵라면이 꽤 먹음직스러웠기에

호기롭게 편의점에서 각자 취향에 맞는 라면을 골랐지만

코로나 때문에 실내에서 먹을 수 없단다.

아... 두 번째 겪는 낭패감

그때 편의점 건너편 식당 한편에 의자와 식탁이 보인다.

저기다! 뜨거운 물을 넣고 레인지에 2분간 돌리니 꽤나 따끈하다.

봄바람은 어설픈 옷차림으로 감당하기엔 너무 추웠다.

어찌하랴, 자리를 잡고 먹으려는 찰나 식당 유리문에 붙어있는 하얀 종이가 눈에 띈다.

" CCTV 작동 중이니 여기서 음식을 먹지 마시오"

세 번째 낭패의 순간이다.

봄바람에 몸도 마음도 이리저리 흔들흔들

젓가락 사이 라면 가락도 흔들거리며 배고픔의 시간을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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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장을 개조한 카페에서

구수한 빵 내음이 진동한다.

빈티지한 실내가 낯설지 않고 정겹다.

오래된 건물이 지자체와 청년들에 의해

그 쓰임새를 새롭게 하는 신선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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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위천을 씩씩하게 건너는 감국의 발걸음이 역동적이다.

햇살은 아직 진위향교에서 역사 공부 중이다.

전국 향교 중에서도 풍수지리가 으뜸인

진위향교를 지나니 진위천에 진달래가 한창이다.

얇은 잎으로 나폴대는 진달래를 보며

섹시하다는 햇살의 표현이 제법 그럴듯하다.

야들야들한 진달래 꽃잎에 얼굴을 대고 흥흥 봄 내음을 맡아본다

한동안 걷기를 멈췄던 시간을 뛰어넘어

두 다리가 기억해 내고

밸런스를 맞추고

휘적휘적 두 팔을 흔들게 하고

두 눈은 산촌의 푸르름을 가득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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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객을 보고 짖어대는 동네 견공들에게 인사도 건네고,

평소 소외된 것들에게 경외로운 눈빛을 건네며 걸어간다.

견공들이 다가오는 걸 질겁하는 감국이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허밍으로 읊는 콧노래 가락에

자연을 상대로 BGM을 나즈막이 선사할 줄 아는 그녀들

재미없이 살아간다면 무척 힘들었을 삶에 의미를 결합하여

진정성있는 삶으로 긍정 에너지를 제공하는 그녀들,

씩씩한 그녀들과 함께라면 일상잡사도

알콩달콩한 즐거운 기억으로 만들어가며 씩씩한 걸음이 될 것이다.

매화향이 진하게 코끝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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