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낙안, 만경강을 따라 걷다
만경강의 풍광에 푹 빠진 우리들은 '비비정이야기' 카페에 다시 왔다.
쥔장의 애창곡이 종일 반복되는 듯
낯익은 팝뮤직이 흐르는 카페에서 바라보는 만경강의 아침은 평화롭다.
귀 또한 즐겁다.
만경 철교 아래 초록 수풀 사이를 흐르며 연주하는 강물 소리와
강물 소리를 실어 나르는 바람 소리에 두 눈을 살짝 감아 본다.
아침으로 준비한 빵과 김밥
햇살에 반짝이는 만경강을 한 스푼 담아 간단히 요기를 하고 길을 나섰다.
커다란 반사경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출발한다.
집 담벽락에 늘어져 피어있는 노란 장미
낡은 벽돌에 기대어 하늘거리는 빨간 양귀비
전봇대 아래 옹기종기 모여 핀 이름 모를 들꽃들
온 천지가 향기롭다.
만경강 줄기를 따라 걷는 내내
유난히 많은 반사경 속을 걷는 우리들의 모습을 계속 사진으로 남긴다.
기러기도 머물다 간다는 기러기 나루를 지나
화전을 지나 신평마을로 가는 버스정류장에 앉아
잠시 쉼을 갖는다. 세상을 비스듬히 보면 어떤 모습일까?
이 한마디에 일제히 몸을 비스듬히 하는 도반들의 귀여운 모습을 그림으로 담는다.
맹렬한 땡볕에 그늘도 없는 길을 양산 하나로 몸을 가리고 길게 뻗은 길을 걸어간다.
유월을 향하는 초목들은 매서운 햇살 세례에 제 색을 짙게 드리우고
물댄 논에 반영된 구름은 두둥실 복사 한 듯 하늘 그림을 남긴다.
삼남길 표식은 우리가 걸어갈 길을 잘 인도하지만
따가운 햇살에 어느덧 지쳐가는 우리들, 준비해 온 수박을 꺼내 목을 축인다.
토끼풀이 지천이다.
팔지와 반지를 만들어 서로의 팔목과 손가락에 걸어주고 끼워주며
끈끈한 우정을 다져본다.
김제를 알리는 버스정류장 광고가 김제가 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두 발로, 몸을 움직여 행복한 감정을 부풀리며
정신없이 걸어왔더니 배가 고프다.
옛 정취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예촌 식당에서
모주와 함께 하는 점심은 꿀맛이다.
금구명품길, 아름다운 순례길과 함께 가는 삼남길
금구 향교를 지나니 오랜 시간을 견뎌왔을 느티나무가 의연한 위용을 자랑한다.
햇살이 다가가 나무에 손을 얹고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암을 극복하고 동생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한 마음은 자연을 향해 다가서게 하고
햇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도 동생의 완쾌를 한마음으로 기도한다.
원평을 향해서 걷는다.
언젠가 걷게 될 전북천리길 금구명품길을 알리는 안내도가 보인다.
2일간 하루 3만 보씩의 걸음으로 지쳐가고 있는 우리들
잠시 길을 잃고 소위 알바를 하다가 차량 한 대 지나지 않는 길 위에서
카카오택시를 거듭 눌러댄 햇살 덕분에 기적처럼 택시를 탔다.
더군다나 5명을 태워 주시니 더욱 감사했다.
10분밖에 안 걸리는 거리를 땡볕에 두 시간이나 걸어오다니....
택시 기사님 말씀이 옥수수 작업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 아니냐고 묻는다.
우리의 행색이 그리 보였나?
걷는 우리를 멋있게 볼 줄 알았는데 외국인 노동자로 본겨?
그냥 넘어갈 프로언니가 아니지.
우린 다같이 하하 호호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저 아저씨가 달려와 줘 감사할 뿐이다.
서강사, 안동 장씨 집안에서 세웠고 조선 후기 목조 건축의 기법을 잘 계승한 건물로
구조도 매우 짜임세있게 세웠다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이번 일정의 끝인 원평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은근하고 거침없이 생동하고 약동하는 계절에
이팝나무, 아카시아가 팝콘처럼 피어올라 향기를 내뿜고
마음 기슭에는 다음 길에 대한 기대가 풋풋하게 차오른다.
( ** 제 글 기다리셨나요? 글이 너무 늦었죠?
그동안 묵호에서 어반스케치 단체전을 준비하느라 도통 시간을 낼 수 없었답니다.
혹시 늦은 여름 휴가 여행지로 묵호를 정하셨다면 '갤러리 바란'에서 '묵호, 그림으로 만나다' 단체전이 9월
한 달간 전시 중입니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단단해지는 묵호를 담은 그림들과 만나보시는 기회가 닿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