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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소나무 Nov 23. 2024

우리의 소통을 방해하는 것들

지식의 저주

   당신은 사람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는가? 아마 대부분 사람이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는 소통의 달인이거나 아니면 주변에 아부꾼이나 그를 아주 잘 아는 사람들만 있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어제 오래전에 사놓고 읽지 않았던 책을 꺼내서 읽다가, 아주 흥미로운 대목을 보았다. 1990년 엘리자베스 뉴턴이라는 사람이 쓴 심리학 박사학위 논문에 포함된 아주 단순한 실험에 관한 내용이다.   

   

   우선 연구자는 피실험자를 모았다. 피실험자가 몇 명인지까지는 적혀있지 않았는데, 대략 100명 정도라고 가정하자. 그런 다음 실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서 그룹별로 다른 아주 단순한 임무를 부여했다. 한 그룹에는 생일 축하 노래나 미국 국가 등 실험 참가자들이 모두 알 수 있는 노래 25개가 적힌 목록을 주고, 소리는 내지 말고 장단에 맞춰 책상을 두드리라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 한 그룹에는 그 장단을 듣고 그 노래 곡목을 맞추라고 했다.   

   

   두 번째 그룹이 노래 곡목을 몇 퍼센트나 맞췄을까? 반 정도? 아니면 30%? 20%? 놀랍게도 120곡 중의 3곡, 그러니까 2.5%밖에 맞추지 못했다. 이 정도면 장단을 듣고 맞췄다기보다 거의 찍은 수준이 아닐까.   

  

   그런데 이 실험에서 진짜 흥미로운 사실은, 장단을 친 사람들에게 두 번째 그룹이 정답을 몇 곡이나 맞힐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었을 때 그들이 한 대답이다. 놀랍게도 대략 반 정도(50%)는 맞출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래 곡목을 맞춘 것은 2.5%인데 두드리는 사람은 50% 정도는 맞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왜 이런 커다란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     


   연구자는 두드리는 사람은 곡목을 알고 있었고, 듣는 사람은 곡목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곡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장단을 두드릴 때 그의 머릿속에서는 멜로디가 흐르지만, 곡목을 모르는 사람의 머릿속은 비어있다. 그러니 두드리는 사람은 멜로디에 맞춰 두드리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타격음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치명적인 사실은 두드리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곡목을 모른다(그래서 머릿속에 멜로디가 흐르지 않고, 자신이 두드리는 장단이 단순한 타격음으로 들린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두드리는 사람은, 멍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을, 왜 저런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지,라고 의아해하고, 듣는 사람은 신나게 장단을 두드리는 사람을 보면서 뭐가 신나서 저러지,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소통이 되지 않았던 많은 순간이 떠올랐다. 아~~ 내 얘기를 듣던 사람의 머릿속에는 멜로디가 흐르지 않았구나.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 곡조로 들리지 않고 단순한 타격음으로 들렸던 것이구나. 앞으로는 소통할 때 먼저 곡조를 알려줘서 상대의 머릿속에 멜로디가 흐르게 하고 장단을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글은 히스 형제(칩 히스, 댄 히스)가 쓴 “스틱!,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 38쪽 내용을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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