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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라는 말이 필요할 때

고양이, 챗GPT 그리고 창작을 위한 회복 탄력성

by 윤채


며칠 전, 글이 도무지 써지지 않았다.



평소처럼 루틴을 지켜 노트북을 켰지만, 커서만 멀뚱히 깜빡이고 있었다.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마음은 온통 다른 생각들로 어지러웠다.



녹차 속 얼음은 평소보다 더 빨리 녹았고, 어깨는 유난히 무거웠다. 자꾸만 마음이 가라앉던 그날, 결국 나는 노트북을 덮고 핸드폰을 들었다. 그냥 잠깐, 현실 도피처럼 스크롤을 내렸다.



그러다 우연히 본 고양이 영상 하나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따뜻한 머그잔을 양발로 꼭 껴안은 고양이 한 마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인데, 이상하리만치 위로가 되었다. 마치 이렇게 말해주는 듯했다.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그래도 너는 너야."



그 이미지를 오래 붙들고 있던 나는, 문득 이 장면을 인스타툰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평소엔 그림을 잘 그리지도 않지만, AI툴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챗GPT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어떤 분위기로 만들면 좋을지, 장면 구성은 어떻게 짜면 좋을지, 고양이와 작가의 감정을 어떻게 연출하면 좋을지. 그렇게 챗GPT와 대화하며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림 프롬프트까지 완성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아래의 네 컷 인스타툰이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26일 오전 02_02_21.png Copyright 2025. 윤채. All rights reserved



처음엔 글이 써지지 않아 마음이 축 처졌지만, 고양이 한 마리 덕분에 웃을 수 있었고, 그 이야기를 또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나는 늘 생각한다.



"창작은 거창한 열정보다, 다시 돌아올 마음을 남기는 일이 중요하다."



혹시 당신도 글이 안 써지는 날, 마음이 무너지는 날이 있다면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괜찮아요.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요.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쓰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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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