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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점짜리 글에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

완벽보다 솔직함이 이긴다

by 윤채

우리는 글을 쓸 때 100점을 꿈꾼다.



독자들이 감탄하고 누가 읽어도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그런 문장.



그런데 정작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늘 다른 글이었다. 어딘가 서툴고 덜 다듬어진, 그래서 30점밖에 안 될 것 같은 글이 예상치 못한 공감을 끌어낸다.



대체 왜 그럴까?



완벽보다 솔직함이 이긴다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글을 떠올려 보자. 전문 작가의 매끈한 칼럼보다, 평범한 사람이 쓴 짧은 메모한 줄이 더 많은 댓글을 모을 때가 있다.



"오늘 회사에서 울었다"라는 단 한 문장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는 이유는 뭘까?



글이 완벽하게 다듬어져 있지 않아도, 독자는 그 안에서 솔직한 감정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겹쳐 본다. 결국 글이 주는 힘은 정교한 문장 기술보다 진짜 마음에 있다.



불완전함이 독자를 초대한다

100점짜리 글은 완벽하게 닫힌 방 같다. 감탄은 할 수 있지만, 끼어들 틈이 없다. 반면 30점짜리 글은 허술하다. 비어 있는 자리가 많다.



그런데 바로 그 틈새에서 독자는 스스로 해석하고, 자신의 경험을 채워 넣는다. 그래서 더 오래 곱씹게 되고, 더 강하게 반응한다.



글쓴이는 부끄럽다고 느낄지 몰라도, 독자는 오히려 그 틈에서 자기 이야기를 만난다.



날것의 표현이 더 강렬하다

노래 가사를 생각해 보자.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그런 문장이야말로 듣는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보다 "나, 너 좋아해"가 더 크게 와닿는 것처럼, 미숙하지만 날것 그대로의 표현은 완벽한 문장보다 더 강렬한 울림을 남긴다.



정제된 100점짜리 글이 아닌, 덜 다듬어진 30점짜리 글에서 인간적인 떨림이 느껴진다.



독자는 '완벽'이 아니라 '용기'를 본다

사람들이 글을 좋아하는 건 그 글이 교과서처럼 올바라서가 아니다. 글쓴이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자기 이야기를 꺼냈다는 사실, 그 용기 자체가 독자에게 힘이 된다.



독자는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얻는다. 그래서 30점짜리 글이 때로는 100점짜리 글보다 더 크게 마음을 움직인다.





돌아보면 나 또한 그랬다. 블로그에 정성껏 퇴고한 글보다, 피곤한 하루 끝에 감정이 북받쳐 급히 써 내려간 글이 훨씬 더 많은 공감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 글은 논리도 매끄럽지 않았고 맞춤법도 틀렸지만, 오히려 그날의 솔직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기에 독자들이 진심을 읽어낸 것이다.



글쓰기에서 중요한 건 완벽한 매끈함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이어가는 힘이다.



그러니 이제 100점을 향한 집착을 내려놓자. 30점짜리 글도 괜찮다. 아니, 어쩌면 30점짜리 글이야말로 독자의 마음에 가장 깊이 닿는 글일지도 모른다.



완벽하지 않아도, 솔직하면 된다. 다듬어지지 않아도 진심이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끝까지 쓰면 뭐라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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