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10만 원 정도 남았을 때였다. 학기 중이었고, 생활비가 부족할 거 같아 한숨만 나오던 날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한 마음을 안고, 학교 건물 복도를 따라 걷다가 게시판 앞에 멈춰 섰다. 뭔가 파트타임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정보를 한 번 확인해 보려던 참이었다.
<장학금 신청하세요>
큰 글씨로 이런 제목이 적힌 공지글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운용기금이 남아 임시 장학금을 지원해 줄 수 있게 되었으니,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은 a4용지 1-2장 분량으로, 자신이 왜 이 장학금이 필요한 지 적어서 메일로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신청기간이 하루 남은 공지글이었다. 그 순간 눈이 번쩍 뜨였던 나는, 바로 컴퓨터로 달려가 구구절절 신청서를 작성해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바로 회신을 받았다.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는 거였다.
장학금 금액은 백만 원이었다. 학교 행정실 직원분 말에 의하면, 지금껏 그 공지글을 보고 장학금 신청을 해 온 학생이 없어서 고민을 하고 있던 중이라고 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 공지글은 내 눈에만 띄었던 건지, 그날 나는 비어있는 골대에 골을 정말 쉽게 넣어, 백만 원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 게시판은 학생 회관의 중앙 현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니, 하루 종일 수많은 학생들이 오가는 곳이었다. 그 공지글을 정말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던 걸까.